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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 24개 나라를 여행하며 관찰한 책과 사람들
모모 파밀리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6월
평점 :
미국에 사는 가난한 작가 헬레인(앤 밴크로프트)은 우연히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 84번가'에 있는 헌책방을 알게 되고, 동네 서점에서 구하지 못한 책 목록을 적어 구해달라는 편지를 그 책방으로 보낸다. 헌책방 직원 프랭크(안소니 홉킨스)는 목록의 책들을 열심히 찾아 헬레인에게 보내준다. 20여 년간 책을 보내며 프랭크, 서점 직원들 그리고 프랭크의 가족까지 헬레인과 편지로 서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며 선물도 주고받는 각별한 사이가 된다.
헬레인은 런던의 중고서점을 몇 번이나 방문하려 했지만 사정이 생겨 계획이 무산된다. 결국 세월이 흘어 프랭크가 죽고 '채링크로스 84번가' 책방이 문을 닫은 다음에야 헬레인은 그곳을 방문한다. 요정 윤미 작가의 가족 모모 파밀리아(남편과 두 아들)의 <유럽의 다정한 책장들>을 읽다가 영국 책방 사진을 보는 순간, 영화 <84번가의 연인>에서 헬레인이 프랭크를 생각하면서 문 닫은 서점을 쓸쓸히 둘러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책으로 맺어진 가난한 작가와 프랭크를 비롯한 채링크로스 84번가 헌책방 가족들 사이에 우정을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다. 윤미 작가와 나의 우정도 책으로 맺어졌다. 윤미 작가의 가족들도 24개국 113개 도서관과 책방을 여행하며 책을 매개로 잊지 못할 우정을 맺었다.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최고의 이유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p. 294)'
노벨 박물관에서 "미래에 노벨 수상자가 될 아이로구나!"라는 덕담과 함께 초콜릿 메달을 쥐여주는 박물관 직원. 이 우정으로 준모와 모건은 노벨상을 꿈꿀지도.
포르투갈의 국민 동화 작가 아델리아 카르발류가 운영하는 파파 리브로즈에서 그녀의 품에 안긴 두 아이는 친필 그림 사인 동화책을 언제까지 간직하며 카르발류를 생각할까? 두 아이도 동화 작가 되는 건 아닌지.
스카티스파르시 서점에서 1유로짜리 중고책을 사고 나서는 아이들을 불러 세워 연필 두 자루를 선물로 주는 주인 할아버지. 따뜻한 웃음과 차별화된 눈인사를 가슴에 품은 채 준모와 모건은 엄마의 바람대로 텅 빈 캐리어 끌고 우정을 찾아 이곳에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책을 한가득 싣고 뒤뚱뒤뚱한 걸음을 할아버지에게 보여줄 테고.
이 책을 먼저 읽은 아내는 윤미 작가의 가족이 너무 부럽단다.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린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아쉬운 마음을 드러낸다.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었을 테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그 장애물을 넘을 자신은 없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책 끄트머리에 두 아이가 써 내려간 글, '생각거리'를 읽고 부러움과 아쉬움이 더 짙어지는 모양이다.
'여행을 하고 있는 내가 연필을 꺼내 들어 여행에 대해 글을 쓴다. 여행은 많은 소통으로 제작된 놀이이다. 집중력을 가지고 사람과 시간과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는 과정이 여행이다. - 준모
여행은 한 번 즐기면 계속 계속 즐길 수 있게 된다. - 모건 (p. 452 여행)'
'사랑은 부모님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선생님, 친구 등 주변의 모든 사람과 만들 수 있는 감정이다. - 준모
사랑은 쉽게 생길 수 있다. 사랑을 가질 준비를 하고 사랑을 받으면 바로 사랑이 생겨난다. - 건모 (p. 453 사랑)
하지만 모모 파밀리아의 130일 유럽 책장 여행기를 읽은 사람 가운데 많은 이들은 우리처럼 아쉬움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용기 내어 10년 후를 계획하며 또 다른 책장 여행과 더불어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과 우정을 쌓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 <유럽의 다정한 책장들>이 헬레인과 채링크로스 84번가 헌책방 가족들 사이에 우정을 만들어준 헬레인의 고전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 된다.
'공간보움, 우리의 목적지가 유럽 책장 곁이 되도록 영감을 주신 노원구 공릉동 공간보움 '내곁에 서재'에 하릴없는 감사를 전합니다. (p. 455 Thanks to.)'
윤미 작가가 여행을 떠나기 전 이곳 공유 서재 '공간보움'을 들렀던 인스타그램 피드가 기억난다. 또 '공간보움' 지기 내곁에서재 님이 이 책을 읽고 울컥했던 최근 피드도 기억나고. 서로 갖게 된 의미 있는 우정도 책과 이 공간 덕분일 것이다. 공유 책방 '공간보움'도 많은 책 친구들의 우정을 쌓아주고 있으니 채링크로스 84번가 헌책방과 다름없다.
'유럽의 책장으로 떠나기 전 처음 했던 생각이 있다.
"책이 우리를 지켜줄 거야. 나태함으로부터, 무관심으로부터, 우매함으로부터, 편협함으로부터, 몰상식으로부터, 소매치기로부터...."
인간이 책을 지키고, 책이 인간을 지키는 한 책은 영원할 것이다. (p. 437)'
그리고 덧붙이자면' 나와 요정 윤미 작가 그리고 많은 책 친구들의 우정을 맺어주고 지켜주는 한 책은 또 영원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