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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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퍼센트 미국인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 2퍼센트, 적은듯하지만 미국 인구가 3억 2700만 명이니 650만 명에 달하는 숫자다. 우리나라 부산 인구의 2배와 맞먹는다. 요즘 세상에 지구가 평평하다니, 너무 터무니없다.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이 특수부대를 투입했다는 북한 개입설 역시 내가 보기엔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만큼이나 터무니없다. 그런데 2019년 한 정당의 공청회에서 국회의원씩이나 된 분들이 북한 개입설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축제에서 압사 사고로 159명이 죽었다. 그때 일부 극우 유튜버는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아보카도 기름을 뿌려 뇌진탕으로 죽었다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했다.

'음모론을 믿으면 이처럼 통제력과 편집증적 관념, 정치, 마술적 사고, 미신을 비롯해 갖가지 심리적 동기가 따라오기 때문에 음모론적 세계관은 매혹적인 괴물이 된다. (p. 87)'


내가 보기엔 진실이 아니거나 음모론이 분명한데 어떤 사람에겐 이 얼토당토아니한 주장이 매혹적이다. 이 책 <거짓의 프레임> 1부에서 왜 잘못된 정보에 우리가 혹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본다. 2부에서는 고대 로마에서부터 있었던 이런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3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잘못된 정보에 맞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설명한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뇌는 자주 보거나 들으면 친숙하게 느껴 진실로 잘못 판단한다.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내 뇌에 남아있는 잘못된 정보는 거짓임이 밝혀져도 계속 남아 영향을 미친다.

거짓 소문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사람들을 죽여왔다. 다만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소셜미디어가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 역할하면서 더 빠르고 더 깊이 더 멀리 퍼진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이 아니라 설득에 저항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라고 소개한다.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로 우리를 속이려는 사람들에 맞서 우리의 정신을 방어하고 저항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못된 정보를 바이러스에 빗대어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키우는 과정을 들어 그 방법을 안내한다.

'맥과이어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태도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더 많이 제시하기보다 약한 공격에 노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에게는 이 과정을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과정에 비유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p. 275)'

바이러스를 예방하듯 약화된 버전의 가짜 뉴스라는 백신을 맞아 마음의 항체를 만들면 도움이 된다. 변종 바이러스처럼 다양한 거짓 정보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개인에게 일일이 백신을 접종하는 데 시간도 걸리고,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집단 면역을 이뤄 아직 백신 접종하지 않은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거짓 정보도 바이러스처럼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널리 퍼져나가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이외에 어떤 해결책도 없다. 그래서 예방이 항상 치료보다 나은 법이다.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는 것은 어느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에게서 잘못된 정보가 멈춘다. 이는 사회의 집단 면역력도 개인의 저항력에 비롯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책을 어둠의 조작술을 물리치기 위한 지침서로 삼기를 바란다. 이제 당신의 유능한 손에 달렸다. 현명하게 써주기를 바란다. (p.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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