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이야기를 다룬 김설 작가 에세이 <다행한 불행>에서 공통점 하나를 찾아냈었다. 성급한 결혼, 결혼 동기는 작가와 다르지만 흔치않게도 난 아내를 소개받은 지 3개월 만에 결혼했다.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재가 있는 호수'라는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책 이야기로 채워진 에세이 <난생처음 독서 모임>에서 또 하나 작가와 닮은 생각을 찾아냈다. '모름지기 책이란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p. 5, 프롤로그)' 이런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도 독서 모임은 내 머릿속에 없었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는 게 낫지 모여서 무슨 할 이야기가 많다고... (p. 25)' 독서모임에 가는 걸 번거롭게 여겼다. 열흘 전 책으로 인연이 된 세 명의 평어 친구와 만났었다. 점심 식사만 아내가 같이 자리했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불구하고 평어를 쓰고 책 이야기하는 것이 퍽이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평어 흉내를 내며 그 모임 이야기를 지금도 한다. 부러운 눈치다. 책 이야기가 책 읽은 사람들을 이렇게 유쾌하게 엮어주는 게 좋다.어쩌다 만나는 것이고 댓글이나 DM으로 가끔 책 수다를 떨기만 할 뿐 아직도 정기적인 모임은 왠지 꺼리게 된다. 이 책에서도 세대 간에 진영 대결을 하는 62년 생 순영 씨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이 초래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다. '내가 맞다고 우기고 (옛날 꼰대)' '니가 틀렸다고 우기고(요즘 꼰대)' 이럴까 봐~'책은 네모라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적절하게 다정다감하다. (p. 67)'하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지식을 나누는 게 아니라 상처와 실패를 이야기하며 함께 성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 이야기로 수다 떨 수도 있고, 모임에 함께 한 누군가의 인생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도 있고, 내가 타인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되는 등 장점이 수두룩하다고 김설 작가가 주장하니 용기를 내볼까 하는 생각도 마음속에서 비집고 나온다.독서모임에 이야기 주제로 선정했던 책에 대한 김설 작가의 감상도 담아놓았다. 또 장바구니에 담아 놀 책이 늘어난다. 그리고 '독후감을 작성은 이렇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든다. 삶에 인사이트를 안겨 준 책과 작가가 여럿 있다는 김설 작가가 부럽다. 난 아직 그렇게 내세울 만한 책이나 작가가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 모임을 갖고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책이나 작가가 생기게 될까?원래 책 모임을 좋아하지 않았던 김설 작가가 마음에 변화가 생겨 지금 7년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도 행여나 작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하나 추가될지도...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사람들과 평어로 책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니, 책 모임을 꺼리는 나의 못남을 충분히 덮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