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투스 - 습관성 자기계발 시대, 삶의 주도권을 지켜내는 일생이론
유영만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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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 하나하나가 아포리즘이다. 다른 사람의 글에 휩쓸리지 않고 삶의 주도권을 지켜내며 저자가 살아온 삶, 살아갈 삶만큼 쓴 글이어서다.

'절망 없는 희망은 관망이나 로망이며 희망 없는 절망은 원망이나 책망이다. 삶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연주하는 이중주다. (p. 70)'

'삶은 사건과 사고의 합작품이다. '사건'은 의도적으로 일으킨 일이고 사고는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다. 사건에는 그럴만한 사연과 배경이 있지만 사고(事故)는 우연적이다. (p. 147)'

'누가 선택해 준 언어는 나의 언어가 아니다. (p. 218)'

'촉각 없는 시각은 착각으로 전락할 수 있고 시각 없는 촉각은 맹목적 감각으로 남을 수 있다. 몸으로 느끼는 감각적 각성은 사유의 토대를 굳건히 한다. (p. 225)'

'경험은 상상력을 만났을 때 비로소 비상한다. 상상력은 머리가 만들어낸 '생각'의 산물이 아니라 몸이 움직여 만들어낸 경험적 산물이다. (p. 328)


100번째 책,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100번의 고행이 남긴 상처 끝에 들고나온 주제는 '코나투스'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따르면 코나투스는 단순한 노력을 넘어, 존재를 유지하고 실존을 이어가려는 근원적 욕망이다. 나를 유지하고 살아 있게 하며 어제와 다르게 발전시키는 에너지가 바로 코나투스다. (p. 8)'

누구나처럼 나도 한때 자기계발서에 흠뻑 빠져있었다. 2000년대 초반, 유영만 교수의 '자기계발서 역사적 변천 과정'에 따르면 2세대 자기계발서로 '할 수 있어!' 같은 자신감 심어주기나 '나 이렇게 해서 성공했어!' 같은 성공담이 주를 이루는 시절이었다.

답답했었다. 돌파구가 필요해서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었다. 자기계발서가 주는 자신감에 꿈도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외쳐도 보고 스스로 긍정적 생각을 강요했었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만큼은 스스로 위로가 됐다. 확실히 남들과 나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에 차 있기도 했다.

하지만 책이 손에서 떠나 있을 때, 출근해 내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즉 책에서 떠나 현실에서 나는 공허했다. 책이 나의 등을 떠밀어 쭈뼛쭈뼛 행동에 나서게 하는듯했다. 목표를 향해 성큼성큼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얼마나 한심했던지. 자신감 대신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자기계발서를 바라보는 내 눈길은 싸늘해져만 갔다.

이 책 <코나투스>가 여는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은, 내가 왜 내가 읽은 자기계발서에 싸늘한 눈길을 주었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남이 만든 규칙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규칙을 반복 실천하는 '코나투스 일생이론',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살아가는 유영만 교수가 알려주는 방법이다.

당장 변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면 난리 법석을 떨어 불안과 기대를 안겨주고, 강의를 들을 때만 의욕 가득해 흥분하게 만들어 머릿속에만 의지를 채워 넣는, 성공을 단순화하는 그런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수두룩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그 변수는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한다. 그래서 흔들린다. 그래서 나만의 코나투스가 있어야 한다.

'코나투스는 자기 존재를 지속하려는 관성일 뿐만 아니라 자기 존재를 긍정하고 그것을 확장하려는 경향성이다. 모든 존재는 불완전하기에 부족하거나 결여된 부분을 보완하거나 채워서 보다 완전한 존재로 거듭나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코나투스는 자기 보존에 도움이 되는 마주침은 강화하려고 하고, 자기 보존에 위협적으로 작용하는 마주침에 대해서는 저항한다. (p.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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