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청소년보호법을 일부 개정해 2011년 11월 20일부로 셧다운제를 실시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시간대에 청소년이 인터넷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돈을 주고 게임을 샀다면 재산인데 정부가 청소년의 재산권을 침해해도 되는 걸까? 또 하나, 이런 강제 조치는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춰 현대 정치 철학과 정치 이론을 연구하는 안넬리엔 드 다인 교수는 이 책 <자유>에서 헤로도토스의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00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여러 인물들의 사상을 살펴보며 서양의 정치적 자유에 관해 이야기한다.자유란 무엇인가 그리고 자유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까마득한 오래전,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자유과 권력의 다툼이 시작됐다. 초기에는 한 사람, 한 계급이 권력을 장악했다. 그 권력을 피지배계층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 행사하면서 독재권력이 되었다. 지배계급이나 정부의 권력을 제한해야만 자유를 지킬 수 있다는 개념으로 자유는 달라졌다. 개인과 나라를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최고 권력자나 정부가 사용하는 힘의 한계를 정해야 했다. 오늘날 일반적인 자유에 생각은 18세기와 19세기에 제시된 것으로 정부의 영역을 축소해야만 자유를 가장 잘 누릴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즉 자유란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밀은 자유 개념의 계보를 추적하면서 <자유론>의 서문을 시작한다. 그는 18세기 후반 혁명가들에 의해 자유가 민중 자치로 해석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늘어나게 되면서, 다른 형태의 정치 체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유형의 정치 체제에서도 다수에 의한 "권력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러므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에 대한 정부의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p. 412)'밀은 정부가 개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2011년 정부가 셧다운제를 시행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게임을 사회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게임을 오래 하면 환각에 시달리고 심지어 부모를 살해할 수도 있다는 인과관계의 비약까지 형성됐었다. 청소년을 위한 법이라는 점을 앞세워 게임문화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탄압했다. 셧다운제를 왜 시행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보다 (온라인 게임이 없을 때 세상에 태어난) 다수가 동의하니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밀이 걱정했던 다수의 횡포였고 정부는 이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했다. 소수의 권리를 무시하는 건 옳지 않다는 밀의 주장에도 셧다운제는 어긋난다 (셧다운제는 비판과 논란 끝에 시행된 지 10년 지난 2021년 12월 31일 폐지됐다).밀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누구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개성에 맞게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자기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한다. 남에게 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이 책을 읽어보면 자유의 역사가 투쟁의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목숨을 바쳐 싸울 만큼 자유는 가치가 있다. 개인이 자유를 누린다는 것, 또는 자유로운 사회가 된다는 것은 우리의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