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예수 - 종교로부터 예수 구하기
강남순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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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신앙이 아빠 덕분에 모태 신앙이 된 딸아이와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준비했지만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차별 금지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었다. 보수 기독교(우리 가족은 장로교 통합인 교회를 다니고 있다) 목회자의 설교를 들어와서인지 딸아이도 '차별 금지법'을 반대했다. 이 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보수 기독교 주장과 결이 약간 다르지만 동성애가 죄란 입장이다. 만약 타고난 것이라면? 딸아이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좀 달리 생각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또 하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천지창조를 비롯한 구약성서의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믿어야 하는가였다. 딸아이는 사실로 나는 의미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심판의 문제도 왜 사람을 죽이고 못된 짓을 하는 자들을 하나님은 그냥 놔두는지 딸아이는 불만이었다. 왜 심판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어야 하는지 되물었다. 그리고 하나님을 너무 우리 편의나 일방적 상상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내 생각을 말했다.


'내가 '철학자'라는 표지를 사용하는 것은, (...) 예수의 가르침이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에만 제한될 필요가 없고, 또한 제한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의 '모든 생명'을 향한 사랑, 환대, 책임, 용서, 평등의 가르침은 인류 보편의 가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 332)'

<철학자 예수>는 왜 예수님을 철학자로 접근해야 하는지, 우리가 철학자로 만날 예수님은 어떤 예수님인지, 그리고 그 예수님의 사랑, 용서, 환대, 평등과 정의의 철학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21세기, 예수님이라며 무엇을 했을까를 전해준다.

'내가 예수에 대하여 아는 것을, 나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p. 36)'
이 질문에 교회 목회자로부터 들어 예수님을 알게 됐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우리 가족에게 저자인 강남순 교수는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예수님을 알려준다.

교회에서 만난 익숙한 예수님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수님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새롭게 성경을 번역해 인용한다. 예수님과 듣는 사람 사이의 위계를 없애기 위해 예수님의 말도 존댓말로 번역했다. 하나님을 종교적 범주를 벗어나도록 '신'이라고 했다. 성경 말투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일상 언어로 성경 구절을 번역했다.

그리고 철학자 예수를 만나는 여정에 주요 철학자 자크 데리다, 존 카푸토, 한나 아렌트의 말이 예수님의 말과 함께한다.


교회라는 제도에서 딸아이가 가진 의문들, 동성애, 창조과학,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선악을 제재하는 공의의 하나님 등에 대한 사유를 확장 가능케하는 책이다.

동성애는 모든 젠더와 성, 즉 시스젠더, 트랜스젠더, 간성의 사람들 모두 인간임을 인정하면 된다. 예수님이 사랑하고 실천한 대상은 모든 인간이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은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욕심을 그만 내려놓으면 된다. 그리고 성경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좀 더 상세하게 기록됐어야 한다. 공의의 하나님은 억울하고 분해서 우리가 화풀이하려고 만들어낸 하나님의 표상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옳고 그름을 떠나 딸아이에게 이 책을 권해보려 한다. 판단은 딸아이의 몫이다. 또한 기독교라는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철학자 예수님의 삶이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당신의 길을 밝게 비춰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굳어진 종교적 교리에 갇힌 예수, 혐오와 차별에 호명되는 예수, 배제와 심판의 예수로부터 경계 없는 사랑, 타자에 대한 연민, 모든 사람을 평등하고 존엄을 가진 인간으로 대하고 구체적인 모든 종류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개입하고 연대하는 그 예수로 구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21세기 '예수 구하기' 운동이며 철학이 되어야 한다. (p. 349)'


딸아이에게 천국도 내세보다는 지금 한 번뿐인 소중한 나의 삶에서 이뤄보자고 했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때론 웃고 울고 슬프고 기쁘겠지만 사랑 가득한 예수님의 삶을 추구하며 닮아가려는 삶, 그것이 아빠가 생각하는 천국이라고.

'이런 의미에서 예수가 제시하는 '길, 진리, 생명'이란 결국 모든 생명이 서로 따스한 온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삶을 살아가는 "함께 살아감의 철학"이다. (p. 354,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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