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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 ㅣ 와일드 로봇 1
피터 브라운 지음, 엄혜숙 옮김 / 거북이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어릴 적 처음 만난 로봇은 아마 <우주소년 아톰>이었지 싶다. 그다음 중학생이 되었을 때 등장한 로봇은 잘 보지는 않았지만 <마징가 Z>, <로보트 태권브이>다. 이 로봇 모두는 지구를 위해 인간을 위해 악당을 무찌르는 활약을 했다.
<와일드 로봇>은 그림책 작가로 널리 알려진 피터 브라운이 어린이 독자를 겨냥해 쓴 소설이다. 작가는 늘 로봇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악당이 나타나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들 때면 어린 나도 아톰이 나타나길 간절히 기대했다. 매력 넘치는 로봇은 흥미진진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야생의 삶에도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어린 나도 나지막한 뒷동산에서 하루 종일 놀곤 했다. 나무에 올라가고, 개미도 관찰하고 가끔 멀리서 여우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로봇과 야생은 피터 브라운이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로봇이 자연에 버려진다면 그 환경에 잘 적응할까?' 또 '자연은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로줌 유닛 500개를 실은 화물선에 폭풍우에 침몰했다. 야생의 섬에 로줌 유닛 7134, 로즈(작가는 롯봇에게 여성의 정체성을 부여했다)만이 살아남았다. 폭풍을 견디고 사나운 짐승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로즈는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동물들과 친해지기 시작한다.
'로즈는 생존 본능을 느꼈다. 그 본능은 위험에서 벗어나게끔 컴퓨터 뇌에 설정되어 있었다. (p.23)'
어느 날 로즈는 절벽을 타고 내려오다가 미끄러지면서 기러기 둥지와 같이 떨어진다. 로즈는 가족을 잃은 기러기 알 하나를 발견하고 그 알에서 깨어난 새끼 기러기를 키우며 엄마 역할을 한다.
로즈는 거칠고 황량한 곳을 정원으로 바꾸고, 아픈 동물을 도와 치료하기도 하고, 밧줄과 바퀴를 만들어 동물 친구들을 돕기도 한다.
'로즈는 자신이 야생성이 강하게 행동하면 할수록 동물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로즈는 여우와 함께 짖고, 새들과 함께 노래하고, 뱀과 함께 쉭쉭거렸다. 오소리와 함께 뛰놀고, 도마뱀과 함께 일광욕하고, 사슴과 함께 숲을 뛰어다녔다. 그해 봄, 로즈는 정말이지 야생 동물 같았다. ( p. 215)'
<와일드 로봇>으로 로봇을 처음 대하는 아이들은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로즈가 내가 어릴 적 만난 로봇들처럼 싸우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봇을 정의의 사도로 알고 자란 나는 어른이 돼서도 로봇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
요즘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뉴스를 들을 때마다 걱정이 태산이다. 로봇과 같이 살아가야지라는 생각보다 '저 터미네이터 같은 놈들... 지능이 장난 아니던데 날 해코지하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앞선다.
이야기꾼 피터 브라운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봇이야기의 주인공 로즈는 야생을 없애거나 차지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야생이 되기로 한다. 교감한다. 가족애를 동물들에게 선물한다.
아톰이 아닌 로즈를 로봇으로 처음 만난 아이들은 로봇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까? 로봇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기계보다 인간인 자기를 더 많이 닮았다고 여길 수도 있고, 철이 전하는 차가움보다 따스함을 느낄지도 모르겠고, 나처럼 경계하기 보다 함께 지낼 대상이란 생각해 먼저 들 수도 있다.
나의 생각과 아이들이 가질 생각 중에 어떤 것이 옳을까? 아예 이런 질문, 즉 옳고 그름이란 잣대를 로봇에 들이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냥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로봇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미래일지도...
'"여러분은 제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그러니 모두 함께 모여 자연과 우리의 삶을 축하해요!" (p.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