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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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전부터 예술가라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들어선 예술가의 길에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가난을 견뎌야 했다.
고아나 다름없던 빌리 홀리데이는 이 집 저 집 떠돌며 허드렛일을 하면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매릴린 먼로는 보육원과 위탁가정을 전전했고 성폭행을 당할 정도로 그의 유년 시절은 진흙탕 속이었다. 재벌기업의 아들로 태어난 백남준에게 가난은 갑자기 찾아왔고, 에디트 피아프, 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이 또 있을까? 피아프는 10대 시절부터 매춘을 했다.

예술은 자기 자신을 넘어설 것도 주문했다.
스탠리 큐브릭은 결벽증에 가까운 자신의 완벽주의를 조율해야 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예술을 위해 유산을 외면했고,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천재성과 평범한 삶을 바꾸는 아픔을 견뎠다.

꼬박 하루에 15시간 이상 그림만 그린 미우라 겐타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에너지 모두를 만화에 쏟아부었다. 히스 레저는 자신의 커리어와 싸우며 변신을 거듭했고, 희극인 로빈 윌리엄스는 자신의 비극적인 인생과 싸우며 웃어야 했다.

차별과 혐오, 반대와 맞닥뜨렸을 때 이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번스타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피아노 재능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했을 때 흑인은 거의 없었다. 돌턴 트럼보는 미 상원 의원 메카시 쳐놓은 블랙리스트라는 덫을 피해야 했다. 이쾌대를 막아선 장애물은 이데올로기였고, 김기영은 엄혹한 유신시대를 지나야 했다.

프리드리히 굴다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보수적인 클래식계 넘어서야 했다. 어린 주디 갈런드에게 마법이 찾아왔지만 그 마법은 저주로 변했다. 이용하려 달려드는 사람만 주변에 가득할 뿐, 어머니를 포함한 그 누구도 갈런드를 지켜주지 않았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88세가 되기까지 이탈리아인으로서 아카데미의 홀대를 참아냈다.

그리고 존 케이지는 낡은 생각을 극복했다.
'케이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왜 새로운 생각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오래된 생각이 두렵다." (p. 112)'

하지만 이들 예술가들의 삶이 마치 잘 짜인 각본이라도 된 듯이, 좌절했을 때 손을 내미는 결정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중업은 베니스 국제예술가 대회에서 르코르뷔지에를 만났다. 허약했고 따돌림당했던 데즈카 오사무는 디즈니와 찰리 채플린 만나 만화가라는 꿈을 키웠다. 곤 사토시가 만화가로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토모 가쓰히로를 만나 애니메이션을 배웠다. 르코르뷔지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만난 후 건축의 이상을 봤다. 발상은 코코 샤넬을 상류층 세계와 패션의 세계로 안내했고, 카펠은 비즈니스를 알려줬다.


이 책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에서 조성준은 스물다섯 명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세상과 다툼이 있었지만 결국엔 가난을, 차별과 혐오, 질투 그리고 반대를, 때론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예술가의 삶을 완성했다.

'누구나 영화를 본다. 영웅이 나오는 영화, 권투선수가 나오는 영화, 요리사가 나오는 영화, 조폭이 나오는 영화, 노인이 나오는 영화.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관객들은 다른 세계에 산다.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아마도 에드워드 양의 영화처럼 우리의 수명을 늘려주는 작품일 테다.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타인을 헤아려보게 하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영화들, 인간에게 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p. 221)'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길이 1920년대의 파리에서 피카소, 달리, 헤밍웨이, 피츠제럴드를 만나듯, 예술가들을 만났다. 화가를 만났고, 건축가, 만화가, 가수, 배우, 작곡가, 지휘자, 영화감독 등을 만났다.

예술이 우리를 위로하기에 예술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가의 삶도 위로를 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남짓 다른 세계에 살며 수명을 늘리듯이, 예술가들을 만나는 동안 그들의 세계에 살아보면서 우리의 삶이 늘어난다. 그리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길처럼 스물다섯 명 예술가와 우리가 나눈 대화는 우리의 삶에 위로를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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