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걷는 이 길이 참 좋아 - ‘기승전-딸’을 외치는 딸 바보 아빠의 성장기
이길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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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섯 살 딸아이를 둔 딸바보 아빠다. 어느 날 모처럼 딸아이와 나들이했는데 비가 와 걱정이다. 그러나 딸아이는 그렇지 않다.

'"비가 와서 참 다행이다."
'아이도 내심 비 오는 감성을 즐기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딸아이가 말을 이어갑니다.
"꽃이랑 풀들이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잖아." (p. 5)'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친숙하다. 아이의 생각이 우리의 걱정 반대편에 있는 경우 말이다. 부모는 이런 아이의 순수하고 아름다움을 신기하게 여긴다. 자신도 그 시기를 지나와서 그런 시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없다. 순수하고 아름답게 세상 보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너랑 걷는 이 길이 참 좋아>는 딸바보 아빠가 여섯 살 딸아이와 함께 걸으며 깨달음을 얻는 성장 기록이다. 아니 성장이 아니라 잃어버렸던 동심을 찾아 되돌아가는 탐색 기록 일지도 모르겠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이가 즐겨 부르는 동요의 가사입니다. '산에 피어도, 들에 피어도, 길가에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p. 46)'

부모가, 딸바보 아빠가 아이를 향한 걱정은 순수함을 가진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녹록지 않아 보여서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빠가 본 세상은 희망보다는 절망뿐이다.

산에 피어도, 들에 피어도, 길가에 피어도 모두 다 꽃인데... 사람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모두 다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잣집 아이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가난한 집 아이일 뿐이다. 부모의 사정에 따라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정해진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는 그냥 장애인이다.

아이는 '모두가 다 꽃이야'라고 노래 부르지만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은 '좋은 꽃이 있고 나쁜 꽃도 있다'라고 볼 뿐이다.

내 아이는? 그리 든든한 버팀목이 아닌 아빠를 둔 내 아이는? 그래서 걱정한다. 언젠가 그 변변치않은 버팀목마저 빼내어야 하기에 불안하다. 딸아이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내 마음도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영어 가사의 노래를 듣던 저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노래의 가사가 한글이었다면?
'그렇습니다. 때론 가사를 모르는 무지함이 그 노래가 전해주는 감동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p. 208)'

아이가 마주할 세상을 순수함을 잃어버린 셈법으로 너무 분석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괜한 걱정을 하는 건 아닌지.

딸아이와 지낸 하루하루를 글로 적다 보니, 저자는 여섯 살 딸아이가 가진 세상을 보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눈, 놀러나갈 때 지닌 설렘 한 바구니, 그 아이가 바라보는 희망을 보고 오히려 자신이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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