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느낀 행복들 - 국제 문학 에이전트, 대한민국에 빠지다
바버라 지트워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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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신경숙 작가는 팔짱 끼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우리는 의아하게 생각할 테지만, 동성 간에 스킨십은 우리에게만 흔한 일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신기하고 색다른 즐거움이며 편리하다고 감탄하는 것들은... 깨끗한 공공화장실, 지하철에 임부나 노약자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 놓고 비워두기, 횡단보도 대형 파라솔,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 현황판, 고기를 칼이 아닌 가위로 자르는 모습, 산후조리원, 한국의 치안, 커플티와 같은 커플 아이템, 배달 문화 등등 부지기수다.

바버라의 눈에 띈 놀라운 광경 가운데 하나는 한국인의 3분의 2가 등산화를 가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한국 땅 대부분이 산이어서 그렇겠거니 이해가 되는 한편, 많은 한국인들 취미가 등산이며 산에 가든 가지 않든 등산복을 즐겨 입는다는 건 신기할 따름이다.

저자인 바버라 지트워는 한국문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국제 출판 에이전트다. 한강, 신경숙, 정유정, 황선미 등 많은 작가들이 그에 의해 외국에 내보였다. 그런 인연으로 한국에 오게 됐고 신경숙 작가와 함께 여행하며 경험한 것들은 이 책에 풀어놓았다.

인사, 음식, 집, 가족 등 열 개의 키워드로 우리가 느끼지 못한 행복들을 찾아내 소개한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우리 작가들이 바바라에게 소개한 우리 음식 레시피와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았다.


저자는 한국이 '투지와 즐거움 그리고 강한 공동체 의식이 빚어낸 장엄하고 아름다움 (P. 13)'을 가진 나라임을 알아낸다. 머리를 숙이는 인사에서 공손함이 사회적 관계의 성공 요인임을 깨닫는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함께할 때 더 행복을 얻게 됨을 알고, 자연을 중심에 둔 한옥에서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낭만을 보고, 가족과 집을 같은 의미로 사용할 정도로 가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가족 중심 사고가 전통적 가족 구조 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통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가족 건너편의 일도 살핀다.

한국인들은 왜 행복할까? 바버라 지트워는 '한'과 '흥', 그리고 '정'으로 한국인의 행복을 마무리한다.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끈기와 성공이 탄생한 건 '한'의 철학 때문이고, 한국의 자연과 문화에 즐거움이 존재하고 이를 '흥'을 통해서 즐기고...

''정'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행위와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삶의 목적과 희망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p. 194)'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애를 먹는다. 자신을 잘 아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하는데 이를 제대로 갖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때로는 남의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버라 지트워의 <한국에서 느낀 행복들>은 타인의 눈에 보이는 한국을 보는 책이다. 우리 땅에 살면서 우리는 행복이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외국인에게는 이를 데 없이 행복한 것이 된다. 그것이 왜 그들에게 행복인지 이해하고 알게 된다면 그 행복이 이제 우리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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