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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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1>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재한 소설이다. 작가가 1979년에 태어났으니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쓴 작품이다. 여러 가지 기발한 판타지 세계관을 그 이른 나이에 가지고 있다니 놀랍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힘들게 고안해 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는 데, 진짜 그런 것 같다.


<유정천 가족>의 세계관에는 교토 시모가모 신사 경내 다다스숲에 사는 너구리, 인간 그리고 신묘한 존재 덴구가 함께 살아간다. 소설 속 너구리는 덴구를 동경하고 인간 흉내 내기를 좋아해 인간으로 둔갑한 채 인간들과 어울린다.

시모가모가의 너구리 사형제의 아버지 시모가모 소이치로는 너구리계의 두령, 니세에몬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그 유명한 시모가모 소이치로의 피를 제대로 잇지 못한 좀 덜떨어진 자식들'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는다.

'큰형은 고지식하고 의지가 굳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약해졌고, 작은형은 은둔형 외톨이, 나는 다카스기 신사쿠처럼 재미만 좋아 다니고, 막내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한심한 둔갑 능력으로 만천하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p. 63)'

주인공 야사부로는 시모가모가의 셋째로 두 형과 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힘을 합쳐 아버지가 너구리 전골이 돼서 죽게 만든 작은 아버지와 그 집안, 에비스가와가의 악행에 맞서 싸운다. 비록 사형제가 훌륭한 아버지의 피를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바보들이라는 놀림을 받지만,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어머니의 사랑, 끈끈한 형제애로 집안 명예를 멋지게 지켜낸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이 그거였어..."
작은형의 온몸에 다시 바보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형의 심장 고동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재미있는 건 좋은 거야!"
작은형이 목청 높여 선언했고, 동생과 나도 따라 외쳤다. (p. 389)'

유정천(有頂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하지만,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뜻한다고도 한다. <유정천 가족 1>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유쾌함'이다. 덴구인 아카다마 선생은 나이가 들었음에도 미련을 못 버리고 제자 벤텐의 미모를 독차지하려고 한다. 사형제의 어머니는 다카라즈카 배우를 좋아해 항상 '검은 옷의 왕자'로 둔갑해 인간 세계를 즐긴다. 바보라고 놀려도, 어려움이 닥쳐와도 사형제는 신난다. 시모가모가의 힘은 즐거워하는 데서 생긴다.

'작년에도 여러 가지 소원이 있었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겁게 지낸다. 올해도 여러 가지 일이 있을 테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거우면 그만이다. 우리는 너구리다. 너구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미있게 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p. 441)'

너구리만 즐겁게 살라는 법 있나? 우리도 올 한 해 즐겁게 살아보자. 새해에 유쾌한 이야기를 만나 유쾌하게 2024년을 출발한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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