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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지금 우리 사회를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 볼 수 있을까? No! 주저함 없이 나는 병든 사회라고 딱 잘라 말할 자신이 있다.
이태원에 축제를 즐기러 간 젊음 159명의 삶이 미처 완성되기도 전에 죽음으로 안타깝게 끝맺었다. 그러한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뭔가 잘못이 있었을 텐데, 없다고 한다. 그냥 그 자리에 있어서 죽었다는 뜻이다. 해마다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지만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비정상이다.
엊그제 우리는 아카데미 수상작 배우와 작별했다.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던 문화 하나를 잃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어서 마음이 저리다.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자,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자, 직업윤리를 망각하고 자극 기사를 상품으로 내놓고 클릭수 장사하는데 혈안이 된 자 등이 힘을 합쳐 린치를 가해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가 더 안타까웠던 건 구경하는 자들은 많았지만 손 내밀어 힘내라고 제발 죽지는 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 틈에 끼어있었다. 진짜 사랑이 없는 우리 한국 사회, 이런 걸 병든 사회라고 말하지 않는가 말이다.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은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에서 왜 우리 사회가 비정상인 사회가 되었는지를 진단하고 진짜 사랑을 하는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과 생각을 내놓는다.
상대방이 아닌 자기중심적인 사랑이라면 그건 가짜 사랑이다. 스토킹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상품으로 간주해 등가교환을 하려 한다면 그것도 가짜 사랑이다. 사랑의 가치를 매기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받으려는 사랑은 가짜 사랑이다. 과도하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명예를 얻고, 과시하려는 불건전한 욕망이 뿌리내리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불행에 빠진 사람을 선택해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바꾸려 하는 구원자적 사랑도 가짜 사랑이다. 결국 자신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불같은 사랑도 욕망이 건전하지 않다면 욕망이 앞선 사랑이니 가짜다. 부부의 사랑도,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형제간의 사랑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대상을 이용한다면 모두 가짜 사랑이다.
'에리히 프롬이 정당하게 지적했듯이, 부모는 '사회의 대리인'이다. 사회가 건강하면 부모도 건강하고 사회가 병들면 부모도 병든다. 한국인들의 심리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고 정신건강을 파괴하는 주범은 부모가 아닌 병든 한국 사회이다. (p. 106)'
저자는 가짜 사랑을 하거나 사랑이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사회라고 진단한다.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주류 심리학이 사랑에 관한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을 저자는 비판한다. 불건전한 욕망에 사로잡히게 한 주범이 병든 사회임에도 사회 개혁보다는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그 책임을 몰아가니 그렇다.
돈이 없으면 생존 불안, 존중 불안이 심화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불안이 존재하는 한 이기적 사랑, 가짜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불안과 공포를 없애야만 하는데 개인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사회 또는 국가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먹고사는 생존의 불안 때문에 갑질에 저항하지 못하고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을 포기한다. 이런 불안이 없어졌다면 정의롭지 못한 인간에게 머리 숙이지 않아도 된다. 정의로움 편에 서니 허물 덮을 일도 없고 허물을 덮으려는 자들이 사라진다.
돈 많은 사람의 과시행동을 참는 이유는 척을 지지 않고 지내는 게 유리해서인데, 이것 역시 생존 불안이 해결되면 수모를 참으면서까지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없어져 과시행동을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과시하는 권력에 잘 보이려는 자들도 없어진다.
돈으로 사람의 가치나 지위를 평가하는 풍조가 사라지면 돈 많은 사람을 선망하지 않게 된다. 클릭수 장사로 무리해서 돈을 벌 이유가 없으니 클릭수 장사하는 데 혈안이 된 자들도 눈에 띠지 않게 된다.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생존을 책임지고 보장해 그 불안이 사라지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권력 과시나 갑질을 할 수 없고 자랑을 할 수도 없으며, 타인들이 자기를 존중해 주지도 않는다면 미친 듯이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거의 사라져버린다. 이처럼 생존 불안이 해결되면 돈이 선물해 주었던 병적인 쾌감을 더는 누리지 못하게 되고, 돈에 대한 과도한 욕망 그리고 돈을 중심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병적인 풍조 역시 현저하게 줄어든다. (p. 243)'
사랑은 우리의 본성이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그 사랑이 중요하다.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사랑이요 어울려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것도 사랑이다. 가짜 사랑은 우리 인간과 어울리지 않는다. '부자 되세요~'란 허망한 욕망에서 해방되고, 개인 간의 다툼이 사라지고, 불평등이 해소된다면 우리는 돈이 아닌 인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서로 사랑하면서 화목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열망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사람답게 살기를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다 사랑하면서 살기를 바란다. 모두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모두가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인간이 주인 된 세상이고 진짜 사랑이 가능한 이상 사회다. 우리가 이 땅에 이상 사회를 건설하는 그날이 오면, 마침내 사랑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p. 244)'
그래서 일 년 전 잃은 이태원에서 축제를 즐기던 젊음도, 엊그제 우리 곁을 떠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였던 그 사람도 우리의 본성인 진짜 사랑이 귀하게 여기게 될 터이니 다시 그들을 잃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묻지마 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