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영원한 아이 (양장) - 2019 세종도서 교양부문
에곤 실레 지음, 문유림.김선아 옮김 / 알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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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까운 변두리 툴룬에서 태어났다. 미술을 배운 시간을 빈 미술학교에 입학해서 중퇴하기까지 3년에 불과하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영향을 받아 '빈 분리파'가 되었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표현법을 마련한다.

빈 미술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에곤 실레의 그림은 특별하지 않은 '잘 그린' 풍경 그림이었다. 점차 자신만의 내면과 선을 잇는 그림을 그리게 되고 클림트의 영향에서도 벗어나 표현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가 된다.

'그의 주요 주제는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모든 것들' 혹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투쟁'이었다. 그래서 죽음의 공포에 대해 탐구하고, 인간 내면의 관능적인 욕망에 대해 연구하고, 그로부터 인간의 육체를 그의 불안과 의심의 반영인 듯 왜곡되고 뒤틀린 형태로 묘사했다. 인물을 그릴 때 작품의 배경은 백지상태로 두어 그의 고독과 단절감을 드러내었다. (p. 150)'

회화는 진실만을 보여줘야 한다고 실레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당시 사람들이 그리고 사회적 윤리가 꺼려 하는 인간 본래의 욕망, 성(性)과 죽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세상을 만약
두 개의 감정으로 나눈다면,
웃거나 우는 것 (p. 30)'

1914년에 일어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에디트와 결혼했다. 그녀는 배속에 아이를 가진 채 독감에 걸렸고 이로 인해 죽었다. 그 시대에 이단아였던 에곤 실레도 곧이어 스물여덟 살에 그의 아내를 따라서 세상을 떠났다.


'궁극적인 감각, 그것은 종교와 예술 아닌가.
자연은 중간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곳은 신이 존재하는 곳이며, 나는 그를 강하게,
더욱더 강하게, 저 끝까지 느끼고 있다.

나는 '현대' 예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는 '영원한' 예술만이 존재할 뿐이라 믿는다. (p. 141, 자화상을 위한 스케치 중에서)'

나의 편견에 기댈 때, 에곤 실레의 그림은 퇴폐적이고 외설적이어서 거부감이 든다. 게다가 그의 글과 시는 낯설다. 우리나라에서 그의 텍스트를 잘 다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레의 조국 오스트리아에서는 그의 그림을 전시할 때 그의 글도 같은 비중으로 전시한다고 한다.


'글은 에곤 실레가 자신을 표현하면서 그림만큼 중요한 표현 수단이었고, 시를 통해서 그림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세밀한 감성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드러냈다. 시는 그의 또 다른 캔버스였다. (p. 148)'

에곤 실레의 시를 읽고 그림을 보며 나는 자코메티와 그의 작품이 떠올렸다. 메마른 듯 뒤틀린 선과 색 그리고 글이 에곤 실레의 실존이라면, 자코메티의 실존은 꽉 찬 세계의 짓눌려 평생 침식당해 약하디 약하고 마른, 불안한 존재다. 두 실존이 겹쳐 보였다.

'사람은 자기가 느껴본 만큼만 세상을 볼 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내가 보는 세상은 에곤 실레가 보는 세상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글을 번역하는 건, 에곤 실레는 죽었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 글을 읽는 우리. 그리고 이 세상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p. 5, 옮긴이의 말 - 김선아)'

나도 살아있어 죽은 에곤 실레의 실존을 읽고 본다. 영원히 아이로 기억되는 에곤 실레의 실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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