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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탈리아 소도시 - 혼자라서, 때로는 함께여서 좋은 이탈리아 여행
신연우 지음 / 하모니북 / 2023년 11월
평점 :
유럽 여행의 완성은 이탈리아라고 흔히 말하고 한다. 몇 년 전 동유럽 패키지여행에서 같이 다녔던 일행 중 서유럽을 먼저 다녀온 부부도 같은 말을 했다.
"서유럽은 꼭... 그중에서 이탈리아는 꼭 한번 가보세요."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은 아니다'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은 여행 책에 집착하며 여행을 대신하는 나에게 적당한 핑곗거리를 주었다.
'그래 몸은 하난데 어떻게 그 많은 도시를 다 다녀오겠어...' 그래도 이탈리아 가보고 싶다. 힝~~~
'걸음은 느리고 주변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신연우의 <어느 날, 이탈리아 소도시>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25곳의 이야기와 사진을 함께 담은 책이다. 여행이 그곳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것이라면, 신연우 작가는 걸음이 느리다고 하니 남들보다 그 도시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눴을법하다.
'계획과 무계획의 중간 어디선가 헤매는 일상을 사는 나는 여행의 방식도 다르지 않다.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대략적인 틀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발길 가는 데로 다닌다. 모르는 도시는 모르는 대로, 아는 도시는 아는 만큼만 욕심부리지 않고 담고 싶은 만큼만 사진에 담아 집으로 돌아온다.
아쉬움은 여행 사진을 정리를 하면서 채운다. 몰랐던 정보도, 못 가본 장소도 사진 속을 더듬어가며 찾는다. 오늘도 나는 기억의 파편을 모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 보고 싶은 친구들, 믿기지 않았던 풍경으로 채워진 이탈리아 여행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린다. (p. 8, 이탈리아에 풍덩)
마침 읽었던 여행 책 가운데 이금이 작가의 <페르마타, 이탈리아> 생각났다. 겹치는 도시는 세 곳이었다.
가난한 자의 성인이라 일컫는 '성 프란체스코'의 발자취를 느끼고자 순례자의 발길 머물게 하는 '아시시'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삶의 어느 지점일 수도 있고, 여행 중에도 찾아온다. 그럴 땐 아시시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보자. (p. 25)'
색으로 기억되는 사랑스러운 중세도시 '시에나'.
'테라 로사, 테라 지알라로도 불리는 시에나는 엄버, 오커라는 컬러와 함께 인류가 사용한 첫 번째 안료로 전 세계의 동굴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에나는 채굴했을 때는 노란 갈색, 가열하면 적갈색을 띠는 안료로 르네상스 시대에 이것을 생산하던 '시에나'에서 유래했다. 수많은 컬러 중 인류와 함께 한 색으로 덮인 도시라니 꽤나 낭만적이다. (p. 63)'
이탈리아 부츠 뒤꿈치에 자리한 '알베로벨로', 이곳은 동화 속 마을 같은 트룰로라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전쟁나무의 조각이라는 의미의 이름과는 달리 하얀 벽 위에 납작한 회색 돌 지붕을 올린 건물에서는 왠지 귀여운 스머프나 난쟁이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제각각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건물 사이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금세 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p. 194)'
앞다투어 자신들의 여행담을 들려주려 하는 두 작가를 테이블 앞에 있다. 난 '그랬어? 그런 일이 있었어?' 맞장구치고. 책을 읽는 것이 수다 떠는 느낌이랄까? ㅎㅎ
머문 도시를, 그곳의 사람들을 여행자가 볼 때, 적당한 거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나의 일상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듯 작가도 도시 밖에서 서서 그곳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지 않았을까? 도시의 사연에 감동이 밀려오면 책을 잠시 덮고 생각에 잠기듯, 눈을 감고 그 도시에 작가만이 칠할 수 있는 색을 입히며 이야기를 각색하지 않았을까?
이탈리아 25곳 도시가 신연우라는 이방인에게 웃으며 환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어느 날, 이탈리아 소도시>였다. 그리고 사진 덕분에 내 발이 아닌 내 눈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게 한 책이었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