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혹적인 어원 인문학 여행,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김동섭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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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여 년 전 일이다. 공연장 사업성 검토 당시 Cirque Du Soleil의 공연 <퀴담>을 관람한 적이 있다. Cirque Du Soleil의 공연장 대부분은 무대가 가운데 있는 원형이다. 도시를 이동하며 공연하기도 하는데 둥근 천막의 조립식 공연장을 가지고 다닌다. 프랑스어 'Cirque'가 서커스란 뜻으로 우리말로 '태양의 서커스'라고 한다.

로마 제국은 우민 정책을 통치수단으로 삼았는데 서커스 circus 제공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이때 서커스는 곡예단이 아니라 전차 경주가 열리는 원형 경기장을 가리킨다. (특히 지방을 도는) 서커스, 쇼, 원형광장 등을 뜻하는 단어 circus는 말과 전차가 달리던 로마의 서커스에서 유래됐다.


어원 전문 학자 김동섭 교수의 <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는 제목처럼 '영어 단어 어원에 얽힌 역사, 문화, 신화, 경제, 과학, 종교, 예술, 음식, 스포츠 등 다양한 히스토리를 하루에 하나씩 한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 (p. 9)'하는 책이다. 학생 시절, 속성으로 무작정 암기하며 단어를 익히는 공부가 아닌, 조금은 느릿느릿하게 풍부한 상상력으로 호기심을 자극해 가며 단어를 익히도록 도움을 준다.


어린 시절 방학이면 사촌들이 놀러와 함께 어울리곤 했다. 놀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특히 여자 사촌들과 함께 놀거리는 더 없었다. 고무줄놀이를 하기도 그렇고 칼싸움은 더더욱 어울려 놀기 힘들었다. 그래서 주로 방에 둘러앉아 수수께끼를 풀었다. 이를테면
'앞으로 먹고 옆구리로 싸는 것은?'
'버스!'
ㅋㅋㅋ~ 어이없지?
'앉으면 멀어지고 일어서면 가까워지는 건?'
'천장!'
딸,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헐~ 뭐야?'라며 어이없어 한다.
각 나라별 수도 맞추기도 단골이었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그 어느 세대보다 수도를 많이 안다.

아일랜드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리차드 델리라는 사람은 하루나 이틀 안에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다며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 친구들은 설마 하며 놀려댔다. 델리는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quiz'라는 말을 벽 여기저기에 썼다. 이튿날 낙서를 본 사람들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했고 결국엔 '수수께끼' 또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것'이란 뜻으로 quiz란 단어를 사용했다.


고등학생 시절, 체육시간에 테니스 룰을 배우던 기억이 떠오른다. 스코어 방식이 낯설어 규칙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 테니스의 점수는 1점, 2점...으로 올라가지 않고, 한 포인트 올릴 때마다 15, 30, 40으로 점수를 계산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0'을 '제로'가 아니라 'Love'라고 한다. 40 대 0을 '포티 제로'라고 하는 식이다. 테니스 경기에서 점수가 40 대 40이면 두 번 연속해서 이겨야 하는데, 이때의 점수를 '듀스 deuce'라고 한다. 탁구, 배구, 배드민턴 등이 듀스가 있는 스포츠 종목들이다.

듀스 deuce는 '숫자 2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deux에서 왔다. 즉, 두 선수의 점수가 똑같다는 뜻이다. 정작 어원을 제공한 프랑스어에서는 동점을 의미하는 égalité에갈리테로 용어가 바뀐 것을 보면, 영어가 옛날 전통을 더 잘 보존하고 있는 셈이다. (p. 386)'

아 참, 테니스에서 0대신 love를 쓰는 이유로 달걀이라는 프랑스어 l'œuf 뢰프의 발음이 영어의 love가 되었다는 썰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책에서 말한다. 달걀 모양이 0을 닮아서인가?


영단어가 갖고 있는 사연을 하나하나 읽노라면, 단어와 엮여있을법한 나의 추억이 생각나고 그 단어에 관한 또 하나,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하게 된다. 그 단어와 나 사이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태 특별한 인연이 생긴다. 하루하루 새로운 영어 단어와 은밀한 둘만의 인연을 만들어 가고 싶다면 이 책을 꼭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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