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스위치 - 최신 과학으로 읽는 후성유전의 신비
장연규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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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긴 하지만 어머님이 69세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이후 어머님의 암 유전자가 나에게도 전해졌을까 봐 아내는 큰 걱정을 한다. 오메가3, 밀크씨슬 등을 꾸준히 챙겨준다.

어느덧 암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늘어나는 나이가 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온 친구는 십여 년 전부터 십이지장 암으로 시작해 여기저기 전이된 암으로 고생하고 있다. 불안한 나머지 그 친구는 아이 둘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암에 취약한 체질임이 밝혀졌다. 이제 두 아이는 자주 암 검사를 받아 앞으로 자신의 질병이 될지도 모를 암에 대비해야만 한다.


'많은 생명 현상을 유전학 지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유전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명 현상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미스터리 생명 현상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탄생한 학문이 후성유전학입니다. (p. 8)'

장연규 교수의 <유전자 스위치>는 후성유전의 신비를 다룬 책으로 후성유전과 유전학의 차이점과 후성유전학의 기본 지식과 개념을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유전학과 유전의 틀을 깨는 미스터리한 생명 현상 소개는 후성유전학의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후성유전학의 원리와 적용 사례를 상세하게 실었고, 그 원리를 의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지막 장에서 다뤘다.


생명체의 형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라는 유전물질이 결정한다. 그래서 일란성 쌍둥이는 똑같은 DNA를 가지고 태어났으므로 당연히 같은 형질이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자라면서 둘의 형질에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같은 DNA를 가졌음에도 형질이 다른 이유는 뭘까?

'우리 몸에는 DNA 속의 유전정보 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지 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조절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이 바로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 19)'

어쩌면 생명체가 단순한 모양이었을 텐데, 이 시스템 덕분에 인간과 같은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의 형질 차이가 돌연변이 또는 후성유전 시스템이 다르게 작동한 결과인 셈이다. 게다가 다르게 새겨진 후성유전적 정보가 DNA처럼 유전됨은 물론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유전학 지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은 모두 후성유전이 그 원인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후성유전의 신비함에서 주목할 대목은 나 또는 내 친구의 아이들 경우와 같이 부모로부터 암이 생기기 쉬운 DNA를 받았을 때, 환경을 바꿔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이다.

유전자의 기능 오류로 암세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유전자의 기능 오류는 돌연변이가 주된 원인이지만 후성유전 시스템의 오류에 의해서도 생긴다. 약물로 후성유전 시스템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면?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후성유전학 관련 약물이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자식 세대에게 약간 능력이 부족하거나 또는 질병에 약한 DNA를 물려줬다면 부모로서 참 난처한 일이다. 이를 알았을 때 부모와 관계가 불편하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읽고 후성유전적 변화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후성유전학에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전자가 같을지라도 선택과 노력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그것도 과학적으로 그 사실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후성유전학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할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우리가 삶의 방향을 정할 때, 현명한 선택과 노력으로 유전자도 바꾸고 타고난 운명도 바꿀 권리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p.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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