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 박웅현의 조직 문화 담론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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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는 시대정신이 크게 바뀌는 혁명을 거쳤다. 170만 년 전에 '불'을 발견해 화식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잠잠하다가 7천 년 전쯤 농업혁명이, 그 이후 6700년이 흘러 산업혁명이, 전기의 발명으로 1780년대에서 불과 120여 년이 지난 1900년대에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전까지가 장인匠人의 시대였다면 2차 산업혁명은 '시스템의 시대'가 됐음을 알리는 혁명이었다.

'그 당시의 키워드는 이런 단어들입니다. 조직력, 효율, 규모, 상명하달, 일사불란. 전부 시스템의 시대에서 온 것들입니다. (p. 39)'

내가 일하던 조직은 프로세스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시스템의 세계였다. 광고인 박웅현 역시 그 시스템에서 광고를 만들어왔다. 그런 그가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해군과 달리 그냥 움직이는 해적, 그 해적을 상징하는 해골을 사무실 벽에 붙여 놓았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해군의 시스템을 버리고 해적의 정신으로 광고를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살 수 없다" (p. 25)'고 말한다.


광고를 만들던 저자가 브랜딩 컨설팅이 가능했던 건,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듯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이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해적의 시대라는 시대 문맥에 따라 조직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시스템 시대의 키워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들이 조직 안에서 일의 가치를 느끼고 출근하고 싶어져야 한다.

'"철학을 문학화시켜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철학은 정확한 개념이고 문학은 피를 끓게 하는 개념입니다. (p. 80)'
전략 대신 정서를 건드려야 하고,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를 알려줘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 분위기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일하는 시대다.

어떻게 하면 조직을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광고 일을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자신의 화두로 여긴 '견문연행(見聞軟行)'을 대답으로 제시한다. '견'은 감동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잘 들여다보는 것이다. '문'은 잘 들어주는 것이고, '연'은 연성화, 즉 긴장을 낮추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은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삶의 태도라 할 수 있다.
'"Better sorry than safe."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안정적이고 안전해요. 하지만 그것보다 실패하더라도 해보고 미안하다고 하는 게 낫습니다. (p. 179)'


조직 문화 담론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은 일과 사람, 조직운영에 대한 박웅현의 생각이 담긴 책이다. 저자가 그의 생각을 30대 중반 이상인 조직의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듯하다. 젊은 세대들을 향해 '저 세대는 왜 저럴까'라며 집단으로 묶어 다른 존재로 타자화하지 말 것을 충고한다. 그런 세대론으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개인과 개인으로 마주할 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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