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 개정판
남영신 지음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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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산다가 맞을까, 서울에서 산다가 맞을까? 까치글방 사장이 저자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어떤가. 난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살다'를 태어난 이후 줄곧 살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관점에서 보면 장소의 교체는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서울에 산다', '미국에 산다'처럼 '에'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살다'를 그렇게 정적으로나 소극적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활동하는 생활로 본다면 '서울에서 산다', '미국에서 산다'처럼 장소를 지정하는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pp. 58, 59)'

'에'와 '에서' 가운데 어떤 조사를 쓰느냐에 따라 말의 뉘앙스가 달라진다. 우리말에는 이런 차이로 생기는 재미가 있다 (물론 알아채지 못하면 그만이긴 하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어는 조사나 어미가 문법적 기능을 하므로 이를 잘못 사용하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한국어 문장에서는 조사 사용법이 까다롭다.


저자는 언어를 배에 비유한다. 진리가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라면 언어라는 배가 우리를 실어 그곳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이왕이면 낡고 삐걱거리는 배보다 멋지고 성능이 좋은 배를 타고 가야 좋지 않을까? 이 책은 내가 타고 가는 배가 최고의 성능을 갖추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에 추가한 가장 새로운 내용으로 5장 '순화' 부분을 꼽았다. '쉽고 평범한 글쓰기'에 대한 소망을 5장에 담았다고 한다. '실용적이고 멋진 한국어'를 쓰는 것이 저자의 목표다. 이는 실용성이 높은 언어를 의미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이 가장 쉽고 정확하게 습득하게 해 주는 언어'를 가리킨다.

'내가 실용적으로 멋진 언어의 조건으로 제시한 쉽고, 간결하고, 정확함의 정의를 먼저 내리고자 한다.
쉬운 언어: 어려운 한자어, 외국어를 쓰지 않을 것.
간결한 언어: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하거나 중복되지 않을 것.
정확한 언어: 논리적일 것, 명료할 것, 중의성을 피할 것. (p. 222)'

정확한 언어 사용을 위해 기피하면 좋을 표현으로 (내가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어서인지) 영어식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를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다.
우선 '~에 의한'.
''무장 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힌'은 '무장 세력이 인질로 잡은' 또는 '무장 세력에게 인질로 잡힌'처럼 구성하는 것이 한국어 다운 표현이다. (p. 261)'
또 하나 '~을 필요로 하다'.
''저를 필요로 하는'은 단순히 '제가 필요한'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p. 264)'


'이상한 한국어 문장도 숱하게 많다. 맞춤법에 맞지 않는 문장,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 문장, 문맥이 서지 않은 문장,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 등이 여기저기에서 우리 눈을 어지럽힌다. 그런 문장을 보면 우선 그 속에 녹아 있는 고귀하고 아름답고 중요한 의미가 훼손됨을 느끼고, 나아가서 마음이 답답해지거나 짜증이 나게 된다. (p. 18)'

흔히 쓰는 말도 글로 옮기다 보면 그 낱말에서 왠지 어색함을 느낄 때가 가끔 있다. 글을 자주 써보지 않은 탓도 있고 무슨 뜻인지 모른 채 습관처럼 쓰다 보니 그렇다. 언어생활이 후퇴되지 않도록 사전도 찾아보고 좋은 글은 필사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맞춤법 검사도 빼먹지 않고 하는 편이다. 생각 없이 낱말을 나열하는 데 급급해 비문을 마구 사용하고 싶지 않다. 우리말에만 있는 말맛을 한껏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통, 지식과 정보 교환이라는 목적지에 아름다운 모습과 좋은 성능의 배를 타고 가려고 한다. 이왕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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