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방구석 시리즈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700년대, 스페인 세비야 인근 교도소 지하 깊숙한 곳에 혁명 주도자 '플로레스탄'이 갇혀있다. 왕당파 교도소장 '피차로'는 개인 감정 분풀이로 플로레스탄을 납치해 가둔 것이다.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는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피델리오'라고 이름을 바꾸고 남자인 척 신분을 감춰 복수를 꾀한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내 남편을, 남편을 내 가슴에...
... 내 가슴에 안을 수...
내 아내를, 내 아내를 내 가슴에 안을 수... (p. 28)'

오페라 <피델리오>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는 줄거리로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로 알려진 1805년도 작품이다 (베토벤이 오페라도 작곡했다니... 처음 알았다). 특정한 효과를 위해 트럼펫 연주자가 무대 뒤에서 따로 연주하는 '오프스테이지 트럼펫'이라는 유명한 기법이 자주 사용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트럼펫 소리를 약하게 연주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신비롭거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0월 문화콘텐츠 전문작가인 이서희의 '감동과 희열을 주는' 명작 뮤지컬 서른 편을 소개하는 <방구석 뮤지컬>을 읽었었다. 대표 넘버를 들으며 뮤지컬 작품 내용을 접하는 시간은 즐거움이었다. 뮤지컬에 이어 이서희 작가가 오페라 이야기를 정리해 내놓았다.

'이 책에는 각 작품의 줄거리와 각 곡의 가사, 인문학적 해석까지 덧붙여 25편의 명작 오페라를 실었습니다. 또한, <방구석 뮤지컬>처럼 QR코드를 삽입하여 대표곡을 듣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p. 6, 프롤로그)'

뮤지컬의 음악은 팝, 재즈 등 스타일이 다양한 반면, 오페라는 오페라 음악만을 사용한다. 뮤지컬 배우들은 노래와 대사를 하며 연기하지만 오페라는 대사가 없고 노래에 중점을 두고 연기한다. 뮤지컬은 원작이 소설이나 영화가 대부분이어서 조금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오페라는 다르다. 역사적인 주제나 다소 심오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런 이유로 작품의 줄거리를 모르다면 뮤지컬 보다 오페라는 훨씬 지루하고 낯설다.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 어느 작품인지 정도는 알지만 작품 내용은 잘 모르는 게 대개의 경우다.


투란도트 공주는 어떤 남자도 자신을 소유하지 못하리라 맹세했다. 그녀와 결혼하려면 공주의 복수가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풀지 못한다면 죽음이 기다릴 뿐이다. 페르시아 왕자 사형 집행장에서 투란도트를 본 칼리프는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칼리프는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수수께끼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수수께끼를 푼 칼리프에게 투란도트는 계략을 꾸미지만 결국 둘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사랑하게 된다.

'허나 비밀은
밀봉되어 있어,
어느 누구도
내 이름을 알 수는 없다

그렇다, 그대의 입술 위에
내가 알려주리라 (p. 275)'

푸치니의 3대 명작 가운데 하나인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략이다. 푸치니는 투란도트의 결말을 짓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 까닭에 제자 알피노가 스승을 위해 <투란도트>를 완성,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다고 한다.

창피스럽게도 이렇게 널리 알려진 <투란도트>임에도 중국 공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오페라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일고 알게 됐다. 이뿐만일까? <방구석 오페라>에 소개된 스물다섯 편 명작의 제목은 익히 들어 익숙하지만 그 스토리는 생소하기 짝이 없다.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방구석 뮤지컬>을 읽은 결과로 뮤지컬과 친해졌다면, 가사와 함께 QR코드로 오페라 대표곡을 들으며 <방구석 오페라>를 통해 역사나 인생의 역경을 표현하는 문학적 서사에 빠져드는 경험이 가능하다.

이서희 작가가 오페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눈물을 흘리며 혼돈과 감동을 느꼈듯이,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도 작가와 똑같은 순간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우리에게 가이드가 되어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지금껏 경험해 온 사랑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앞으로 겪게 될 사랑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p. 315, 에필로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