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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 - 음악이 있는 아침
조희창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8월
평점 :
저자 조희창은 음악 강의와 공연 해설을 하는 음악평론가이다. 저자는 365일 그날에 벌어진 음악적 사건을 이 책에 담았다. 날짜마다 네다섯 개의 사건을 추렸고 이를 바탕으로 그날의 음악을 정했다. 선정된 음악은 유튜브 QR코드로 들을 수 있다.
한 해를 시작하는 January 1,
조희창 평론가가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선정한 곡은 Amazing Grace다. 1월 1일 이 음악이 처음 발표됐다. 언제 들어도 울컥하게 만든다. 이 노래의 가사를 지은 성공회 사제 존 뉴턴은 노예무역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큰 풍랑에 휩싸여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은 존 뉴턴은 목숨만 살려달라고 기도하며 신께 매달렸다.
'놀라운 은혜 얼마나 감미로운 소리인가, 나 같은 비참한 사람을 구해주셨네. 한때 길을 잃었으나 지금은 길을 찾았네. 한때는 앞이 어두웠지만, 지금은 볼 수 있다네... (p. 22)'
그다음 날 January 2
글렌 굴드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여름, 절친이 나에게 베푼 접대 캠핑에서였다. 절친은 천재성과 더불어 그의 기행을 전해주었다. 글렌 굴드는 서른한 살 때 공연한 후 18년 동안 대중 앞에 서지 않고 녹음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완벽한 연주를 원하는 결벽증 때문이었다. 연주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가 하면, 아버지가 만들어준 의자를 평생 들고 다니며 연주했다. 의자가 낮아 건반이 눈높이에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피아노 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절친이 보여줘 처음 본 연주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1월 2일이 음악계의 변방, 캐나다 출신의 그렌 굴드가 미국 데뷔 연주를 한 날이다.
'굴드는 자신의 연주에 대해 "방해받지 않는 바람의 날개에 사뿐히 내려앉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깃털처럼 가벼운 터치와 영통한 드릴 장식, 어이없이 빠르거나 대책 없이 느린 템포가 강렬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
굴드의 연주는 인간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 다. 영상물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p. 23)'
크리스마스 December 25
히틀러는 어려서부터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에 흠뻑 빠졌다. 그런가 하면 바그너는 많은 여성에게 흠뻑 빠져 한 여자에게 머물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스트의 딸 코지마를 만나 결혼한다. 12월 25일은 코지마를 위한 33번째 생일 선물로 <지크프리트 목가>를 초연한 날이다.
'루체른 호수가 내다보이는 스위스의 트립센 별장에 있던 코지마는 새로운 음악 소리에 잠이 깼다. "잠이 깼는데도 꿈에 있는 듯했다. 곡이 끝나자 리하르트가 아이와 함께 방에 들어와서 방금 연주한 곡의 악보를 생일 선물로 건넸다. 나는 눈물이 흘렀다"라고 코지마는 적었다. (p. 396)'
바그너는 생전에 반유대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히틀러는 그의 광팬이었다. 이런 이유로 코지마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바그너의 음악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그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
어제 October 20
'그 이야기를 들은 이은상은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멋진 시를 만들었고, 시와 곡이 어우러져 가곡 <동무생각>이 탄생했다. (p. 327)'
1986년 10월 20일은 한국 최초의 가곡 <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선생이 사망한 날이다. 대구 계성학교 학생 태준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여학생을 좋아했다. 훗날 교사가 된 박태준은 같은 학교 교사인 시인 이은상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푸른 담쟁이를 뜻하는 청라 언덕을 배경으로 삼았고, 그 언덕을 다니던 여학생을 백합에 비유했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고 노래했다. (p. 327)'
어제 하루 종일 입에 맴돌았던 노래다. 이 책에서 QR코드로 소개된 음악을 아침에 들었던 탓이다. 흥얼거리며 고등학생 시절 동무(?) 생각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결심하고 평소 눈여겨 본 여학생을 버스 종점까지 쫓아갔다가 돌아올 회수권이 없어 집까지 걸어왔던... 그 여학생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루를 음악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그리고 행복한 상상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날마다 <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 한 페이지씩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