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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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옷차림을 위해 한 철의 기상을 알려주는 일기예보 보다, 내 삶을 대비하기 위한 더 큰 호흡의 '시대예보'를 시작합니다. (p. 23)'

마인드 마이너인 저자 송길영이 예보하는 미래는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의 시대다. 저자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변화해 나가는 방향을 만드는 축으로 '지능화'와 '고령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과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권위가 AI의 도움으로 '지능화'된 사회에서는 예전처럼 인정받기 어렵다. '고령화'는 나이듦, 양육과 돌봄 등 기존의 개념을 흩트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살아갈 새로운 존재가 핵개인이다. 과연 핵개인은 누구일까? 새롭게 탄생한 이들과 같이 살아가야 할 핵개인의 시대, 그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할지 저자 송길영이 예보하는 시대를 들여다보자.


핵개인 시대의 세계는 글로벌화와 가상화로 모든 경계가 희미해지는 바람에 상상의 영역이 확장된다. 선 긋기보다는 다양성을 포용한다. 권위는 혐오의 감정이 돼버리고 수평적 관계로 나아간다. 사회문화적으로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관성이 풀려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표현이 꺼려지듯 관행적 표현과 차별적 인식을 형성하는 언어가 사회에 맞추어 재정의된다.

출퇴근 없는 AI는 핵개인의 동료이자 비서이기도 하다. 근면함과 순응성은 AI를 따라갈 수 없으니 핵개인에게 불필요하다. 그보다는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낌없이 알려주는 생성형 AI, 축복일까? 재앙일까. AI를 생존의 기술로 선택한 핵개인에게는 당연히 축복이다. 핵개인에게 노동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도구를 갖춘 핵개인에게 직장은 '플랫폼 프로바이더'이고 직장인이 자신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다. 자유롭게 독립적 커리어를 만들어 나간다. 다른 분야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복수의 정체성을 갖는다. 비교하며 갈등을 겪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가치를 담는다. 채용이 아리나 영입의 대상이 된다.

핵개인은 가족의 관계성을 재정립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20년 양육의 되갚음이 더 이상 효도로 미화되기 어렵다. 뒤틀린 아버지의 권위를 바로잡고, 딸은 더 이상 엄마의 삶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돌봄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도리이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돌봄의 자원이 될 수는 없다. 가족의 역학이 재정의 과정을 거친다. 나이듦도 마찬가지다. 돌봄에 의지하지 않고 나의 삶을 잘 사는 자립으로 가족 서로의 의무를 덜어간다.

'핵개인들은 '타자'를 맞이할 때에 그 태도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들은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이 타자가 될 수 있음을 겁내지 않고, 새로운 타자를 만났을 때에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결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양성이 생태계의 희망입니다. (p. 272)'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핵개인의 시대, 자신이 쌓아둔 고유성과 진성성의 내러티브는 핵개인에게 필수 전제다. 핵개인의 문해력은 문자뿐만 아니라 숫자, 이미지, 영상을 포괄한 디지털까지로 영역이 넓어진다. 양육과 돌봄이라는 마음의 빚짐과 실천의 되갚음도 가족의 한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적용한다.

'서로가 진심을 다하고 그 성과를 존중하면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능동적 결정권을 서로 존중해 주었을 때 이 시대의 개인들은 자기 삶과 사회 모두에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으로 거듭납니다. (p. 324)'


다가올 핵개인 시대에 나의 삶이 우선 적용될 챕터는 '제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였다. 이 책에서 이슬아의 자전적 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가져와 내리사랑과 효도의 되갚음, 그 종속적 관계를 서로 존중하고 대등하게 인정하는 핵개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효도가 대를 잇는 이연된 보상 체계를 끊고 싶다. 아이들은 무엇을 원할까? 어디까지 부모에게 의존하고 어느 정도 되갚음 하고 싶을까? 아마도 부모로서 내리사랑을 끊기는 어렵지 싶다. 하지만 돌봄을 아이들에게 기대고 싶지 않다. 이런 주제로 아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나이 든 사람'이라는 단어에 따라붙는 것은 '돌봄', '노쇠', '지원' 등 힘듦이 연상되는 말들이 아이들 머릿속에 자리 잡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핵개인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에 너무 힘겨운 짐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돈 때문에 타인을 위해 시간을 써왔으니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서사를 만들며 나의 삶을 잘 살려고 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마지막에 스스로에게 고백하고 싶은 말...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멋진 사람이 나이가 든 것' (p.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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