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이 책은 내가 해직 언론인에서 보도국장이 되어 뉴스를 재건하고 그리고 사장이 되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키기 위해 싸웠던 5년의 상세한 기록이다. MBC가 어떤 노력을 거쳐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왔는지, 좋은 뉴스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언론계 혹은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는지, 30년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언 본인으로서 소신을 담아 기록했다. (p. 7, 책머리에)'
저자인 전 MBC 사장 박성제는 언론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권력의 속성, 그리고 제대로 된 언론 역할과 공영방송이 왜 필요하고 왜 지켜야만 하는지를 이 책에 그의 바람과 함께 담았다.
권력은 입 다물지 않고 권력을 감시하며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질문하는 언론을 두려워한다. 권력이 통제하려고 하는 언론, MBC, KBS, YTN은 시민들의 판단과 상관없이 권력 입장에서 볼 때 질문하는 방송사들이다. 나머지 방송사들을 손 대지 않은 이유는 입 다물고 받아쓰고 있거나 언제라도 그렇게 할 자신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좋은 언론은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 언론은 어떤 사명을 추구해야 하는가. 많은 언론인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 나는 거기에 '인권을 수호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지향하며,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더하고 싶다. (p. 200)'
정치적 또는 기계적 중립 그리고 객관적이라면 좋은 언론일까?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만난 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누군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p. 196)'
기자 출신 언론인 전 MBC 사장 박성제는 말한다. '중립'은 그럴듯해 보이는 비현실적인 개념이라고. 그 말속에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진실 앞에 중립은 없다'라고. 진실 보도를 위해 필요한 건 중립과 균형, 객관성이 아니라 정직함, 투명성, 용기, 합리성 그리고 민주주의 신념 등이 규범과 윤리가 돼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