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철학자 47인과의 대화
위저쥔 지음, 박주은 옮김, 안광복 감수 / 알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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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대화록 가운데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날 언행을 기록했다. 파이돈과 제자들은 사형을 앞둔 스승을 찾아가 그의 마음을 살폈다. 서글픔이나 괴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파이돈>의 기록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철학은 죽음을 연습하는 것"이라는 말로 차분하게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죽는 순간까지 죽음을 정의하고 나눔으로써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배심원 앞에서 자신을 변론하며 남긴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자신의 말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증명해 보였다. 소크라테스를 '생각의 산파'라고 한다. 질문을 던져 상대방으로 하여금 멈췄던 (어떤 사람은 아예 생각할 의지조차 없었던) 생각이란 걸 하도록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질문은 하고 사유를 통해 스스로 그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철학과 철학자의 역할이다.


우리도 생각을 하긴 한다. 그리고 대부분 질문도 한다.
'내가 믿는 신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신이 진리인가?'
'나는 누구인가?' '잘 살고 있는 건가?'
'나는 행복한가?' '무엇이 행복한 삶일까?'
'일은 언제까지 해야 하지?' '인생은 원래 힘든 건가?'
'내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죽은 다음은?'

다만 생각의 깊이와 폭이 모자라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접을 뿐이다. 그러면 그뿐일까? 아니다.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면, 다시 말해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안쓰럽게 여긴 타인이 '그건 그런 거야'라고 답을 알려주면 기분이 나쁘다. '지가 날 얼마나 안다고..'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한 질문의 대답은 내가 찾아야 한다. 남들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쉽게 답을 찾을 수도 없다. 철학적 질문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정답이 있다고 교육받았고, 그래서 명확하게 '옳다, 그르다' 또는 '좋다, 나쁘다'로 구별될 것 같지만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다.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저자 위저쥔이 중국 팟캐스트에 업로드했던 철학 강의 원고를 정리해 담은 책이다. 저자는 위대한 철학자 47인이 다룬 삶을 꿰뚫는 질문 50가지를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철학자들이 어떻게 사유했는지 그 방식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신이 궁금하다면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서, 나는 누구인지 의심이 든다면 데카르트의 <성찰>에서, 행복한 삶이 궁금하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왜 이토록 일에 매달릴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의 답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생각을 이어나가기 위한 힌트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듯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 내놓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 철학자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게 돼서 우리에게 부족한 사고의 깊이와 폭을 채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실력으로 거인들의 어깨 위로 단숨에 올라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궁극적인 의문을 다루는 형이상학의 철학 책에는 두껍고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가는 일은 힘들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다. 우선 근육이 필요하고 즐겁게 오르기 위해 지루함을 없애는 콧노래도 필요하다.

위저쥔의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근육을 키우고 콧노래를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보다 앞서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하며 생각을 멈추기 않았던 철학자 47인과 하루 10분 대화를 나눈다면, 힘을 덜고 조금은 홀가분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움 마음으로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가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소크라테스처럼 생각을 멈추지 않는 나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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