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어떤 사람들일까? 대상 수상 작가와 인터뷰한 김유태 기자는 '명확하고 선명한 답이 없는 질문을 만들기 위해 자기 생의 일부를 기꺼이 세상에 내어주는 (p. 83)'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수상한 작가들도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삶에 잇대어서 만든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강보라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에서 주인공 재아는 처음 만난 사람들의 취향에 거리를 둔다. 재아 자신의 취향이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취향에 계급을 부여한다. 김병운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에서 '나'는 퀴어 삼촌을 둔 친구 장희와 부산을 방문해 죽은 줄 알았던 삼촌을 만난다. 알고 보니 사회의 시선을 피해 숨어있는 삼촌의 삶은 전해 들은 것과 다르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삶이었다.김인숙의 <자작나무 숲>에서 작가인 주인공의 할머니는 '쓰레기 호더'다. 주인공은 할머니가 죽자 그동안 모아놓은 쓰레기와 함께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애지중지 모은 할머니의 쓰레기는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묻거나 태워버린다.'이것은 내 이야기인가, 할머니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설 속이 야기인가. 참으로 오랜만에, 그러니까 거의 한 세기 만인 듯, 빨간 줄로 죽죽 그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빨간 줄로 죽죽 그은 후 쓰레기가 되어버렸던 문장. 그건 살인마인 아빠에 대한 문장이 아니라 그토록 생생하다고 호평받았던 할머니의 쓰레기에 관한 문장들이었다. 그 문장을 지금은 외우지 못해 대화로만 기억한다. (p. 203)'신주희의 <작은 방주들>은 직장 생활의 구조적 부조리 피해 대상인 여성을, 그리고 지혜의 <북명 너머에서>에서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가족을 먹여살리는 주인공 성자가 젊은 시절 희망이었던 언니 조옥을 잃어버리고 기억을 잃은 남편에게서조차 잊히는 여성의 삶을 그린다.대상 수상 작가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은 학생 간에 폭력을, 자선작 <너머의 세계>는 학생과 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동료 교사 한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애도의 방식>에서 동주는 승규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해왔다. 동전을 던져 '앞'인지 '뒤'인지를 묻고 틀리면 때린다. 동전의 앞뒤를 결정하는 건 승규 마음이다. 동주가 이런 승규의 결정을 순순히 따르는 건 굴종이다. 이어지는 폭력은 신체에 고통을 준다. 평소와 같이 승규가 동전을 내밀자 동주는 승규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앞' '뒤'가 아닌 '호랑이'라고 대답한다. 바로 이때, 동주는 주먹을 피해 앉았고 승규는 공사 중이던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다.이제 학교폭력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살해 동기가 된다. 동주가 혐의를 벗는 방법은 부정이다. 이제까지 시달렸던 굴욕과 고통은 없었던 일이 돼버린다.뉴스로 학폭을 전해 듣지만 사건이 변질돼 우리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또 이슈가 되면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댄다. 그리고 또 잊고... '애도(mourning)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을 일컫는다.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실감의 비애 속에 함몰되지 않고 남은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p. 76)'피해자는 잊을 수 없어 굴욕과 고통은 해결되지 않는다. 모호한 상태로 남아 애도에 성공하지 못할뿐더러 승규의 죽음으로부터도 벗어나지 못한다. 삶의 일부분을 매듭짓지 못해 새로운 삶을 살기도 어렵다.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구조적인 힘과 논리에 개개인은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작가들은 명확하고 선명한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을 한다. 답이 없으니 이제까지 살아온대로 관성을 유지하며 살 것인가? 그렇다면 작가들은 또 우리에게 질문할 것이다. 멈추고 가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우리가 갈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