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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신은 세계사 - 신발로 살펴보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6
태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평점 :
<구두를 신은 세계사>는 중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저자가 자칫 지루해할 수 있는 사회 과목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펴낸 여러 권의 책 중에 하나다. 신발을 주제로 한 세계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다.
신발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구두하면 유리구두, 신데렐라다. 그런데 여러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 중 그림형제의 신데렐라 이야기 속에 구두는 황금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저자는 '이야기 속에서 유리 구두는 나와 내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도구 (p. 61)'라고 해석한다. 신발을 꼭 맞아야 편안하다. 다른 사람이 주인공의 신발을 신으면 그 신발은 제 기능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구두는 신데렐라를 증명하는 도구가 된다. (계모가 친딸을 왕비로 만들려는 욕심에 딸의 발가락을 잘랐다는 이야기는 잔혹동화 그 자체다.)
나같이 올드한 사람은 구두하면 신데렐라보다 이멜다가 먼저 떠오른다. 무려 21년 동안 독재를 했던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의 부인이다. 샤넬,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의 구두를 무려 천 켤레 넘게 가지고 있었고,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다고 한다.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다고 하니 이 정도면 중독이다. 소비를 하거나 물건을 사용할 때 만족감이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순간을 한계효용이라고 한다. 이 법칙에 예외인 경우가 바로 중독되었을 때다.
중국의 전족은 미의 기준이 발이 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전족용 신발 크기가 100~130 밀리 정도였다고 한다. 전족이 시작된 여러 설 중 하나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기 위한 이유를 꼽는다. 발이 작아지면 걷기 힘들어 활동하기가 어렵다. 여성은 집 안에서 남성들을 즐겁게 해 주는 존재일 뿐이다. 이 풍습은 거의 천 년 동안 유지됐다.
신발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한열 기념관에 전시된 이한열 열사의 오른쪽 신발 한 짝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상징한다. 연세대 2학년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자리에 운동화 한 짝이 남았고, 이를 발견한 학교 선배가 주워 가족에 전달했다.
그 밖에도 하이힐, 크록스, 녹조라떼 신발, 다뉴브강의 신발 동상, 간디의 신발...
신발은 욕망을 표상하기도 하고 정체성을 증명하는 도구로도 작용한다. 차별, 혐오, 전쟁과 같은 아픈 이야기도 담고 있다. 우리 일상인 평범한 신발에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구두를 신은 세계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