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의미
임주혜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인생에서 책을 집중해서 읽은 첫 번째 시기는 40대 초반이었다. 주로 자기계발서였다. 한 달에 대여섯 권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자기계발서에 손이 잘 가질 않는다.

그 시절 책 읽기의 목적은 성공이었다. 책을 통해 내가 알게 된 성공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꿈이 없어서였다. 즉 그 꿈은 목표, 삶의 목표였다. 막연한 꿈을 꾸지 말고 구체적인 꿈을 설정하라고 책은 알려줬다. 성공의 레퍼런스는 책의 저자인 경우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의문이 든 건 '결과론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의 성공 루트가 내 상황에도 적용되는 건가?'였다.


<읽기의 의미>는 10년 차 방송작가의 산문으로 책을 읽고 그 책의 글에서 찾은 임주혜 작가만의 의미를 담아놓았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임 작가는 자신을 완성한 질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질서를 너무 맹신하는 건 아닌지. 정여울의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는 글쓰기에서 진정 자유롭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함을 알았다.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는 '계속 써도 되나?' 싶은 글쓰기 정체에 이르렀을 때, 화가 남아있다면 계속 써는 된다는 위로를. 황윤의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에서는 일상이 피곤한 이유가 '나'를 읽어버렸기 때문임을.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의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서는 나를 위해 사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먼저임을. CS 루이스의 <책 읽는 삶>에서는 우리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성실함임을 깨달았다.

이렇듯 작가가 책을 읽고 고민하며 사유한 결과를 읽는 일은 여러모로 즐거웠다. 나와 생각이 달라서 그랬고, 나와 차원이 다른, 작가가 찾은 값진 '읽기의 의미'에 나의 생각을 넌지시 얹을 수 있어서 그렇다.


'읽기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고민하고 생각하며 때론 사랑하고 절망할 때 희미하게만 보였던 타인의 마음과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힘이 느껴질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p. 6, 책머리에, 즐거운 발견)'

임 작가에게 독서는 여행이기도 하다. 숨는 곳이기도 하고, 외로울 때 공감하며 다가오는 대상이 세상에 있음을 알려주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는 힘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퇴직 후, 그동안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또 읽었더라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다시 책 읽기에 집중했다. 20년 만이다. 그때 책을 읽고 들었던 의문은 더 이상 없었다. 아니 없다기보다 책을 읽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 맞을지도. 읽기의 목적이 달라서일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있으나 아는 단어도 표현력도 빈약하니 책에서 도움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책 읽기의 즐거움은 지식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핑계로 너무 모르는 게 많은 채 살아왔다. 알아서 뭐 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만의 욕구를 채우다는 의미에서 나에겐 중요하다. 아는 게 없으니 사고에 한계가 있다.

세상에 다양한 삶이 있더라. 살아가는 철학도 제각각이고 그 철학을 갖게 된 방식도 여러 가지임을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 틀림은 없고 다름만 있었다. 책으로 채워진 나의 시간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기분이 든다. 이 점이 내가 독서로 찾은 최고의 '읽기의 의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