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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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축은 어느 한 사람이 상상해야만 시작되는 일이기도 하다. (p. 6, 여는 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의 건축 기행은 '건축계의 아인슈타인' 르 코르뷔지에의 상상에서부터 시작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상상했다. '건축이 기계가 될 수는 없을까? 과학적 기술이 그 상상을 도왔다. 열팽창 계수가 동일한 철근과 콘크리트를 새로운 재료로 코르뷔지에는 새로운 건축을 시작했다. 벽을 구조체로 하는 건축에서 기둥 중심으로 건축이 바뀌었다.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 디자인 가능해졌고, 긴 창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철근콘크리트로 집을 짓자 평평한 옥상이 생겼고 그곳에 정원을 만들었다.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려고 유럽행 시베리아 철도를 탄 안도 다다오는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프로 권투 선수 생활을 했었다. 재능의 차이를 느껴 권투 선수의 길을 포기하는 용기를 냈다. 우연히 동네 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만나 건축에 매력에 빠졌다. 그가 도착하기 전에 코르뷔지에가 세상을 떠나 만나지는 못했지만 안도 다다오는 코르뷔지에가 주로 사용했던 노출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이 십자가가 더 멋있는 이유는 하나의 존재가 이중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내부에서 보면 하얀 빛의 십자가지만, 바깥에서 바라보면 그림자로 만들어진 검정 십자가가 된다. (...) 하나의 존재가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빛이 되기도 하고 어둠이 되기도 하는 상대적 가치를 갖다니 너무 멋있지 않은가? (p. 407)'

유럽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한 상상은 동양의 안도 다다오까지 이어졌고, 서양 건축물의 벽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인 공간에 동양적인 음(어둠), 양(빛)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빛의 교회', 상상이 이어진 결과였다.


저자의 어릴 적 꿈은 발명가였다.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물질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해 새로운 창조를 하는 (p. 7)' 사람. 벽, 창문, 지붕, 계단, 문 등 오래전부터 있던 발명품을 환경과 필요에 따라 모양과 크기를 변형하고 배치하는 건축 디자인, 바로 건축가가 발명가였다. 그래서 저자는 어릴 적 꾼 꿈대로 건축가가 되었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애 소개된 30개의 건축물은 저자 유현준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충격을 준 건축물이다. 수백 년 된 전통과 발명품을 뒤집고 비틀고, 붙이고 떨어뜨린 발명가이자 건축가인 20인이 상상한 결과물이다. 또한 그 건축가 20인은 그들이 가진 1퍼센트의 영감으로 이 사회의 발전에 1퍼센트의 영감을 불어넣은 사람들이다.


그 발명가들이 만든 공간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할뿐더러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하나를 더해준다. 철학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얻듯이 말이다. 서른 개의 건축물 속에 담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생각들을 보고 읽고 생각에 잠기노라면 재미와 함께 '아~' 하며 저절로 감탄한다.

'건축의 묘미는 경험하는 자의 신체의 크기, 과거의 경험, 무의식 등에 의해서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건축 공간은 자세하게 설명된 소설이라기보다는 읽는 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와 더 비슷하다.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던 30편의 '공간의 시'가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p. 484,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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