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아누운 한국사 - 요통부터 번아웃까지 병치레로 읽는
송은호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시대 왕실의 교육열은 강남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세자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왕실 어른들을 찾아 문안 인사로 하루를 연다. 공부는 아침공부인 조강을 시작으로 주강, 석강 그리고 야간 보충 수업인 야대까지 이어진다. 중간중간에 국정 운영에 참석하고, 매일 쪽지시험도 치렀다. 월 1~2회 종합평가도 했다.

강사진도 요즘 일타강사 못지않다. 삼정승 중 한 명이 세자 교육의 최고 책임자였고 20여 명의 선생이 전담했다. 경제, 문학, 과학, 법, 철학에 무술까지 배워야 할 과목도 너무나 많았다.

버티지 못하고 폐세자가 되기도 했고, 스트레스로 정신병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종은 달랐다. 몸져누었을 때도 책을 읽을 정도로 공부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오히려 이를 걱정한 아버지 태종은 세종을 쉬게 하려고 책을 빼앗아버리기까지 했다.

오랜 시간 앉아 책을 읽고 공부한 결과 세종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신세가 됐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고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그가 짊어진 질병은 임질, 당뇨병, 요통, 중풍, 안구 질환 등 다양했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 조상들이 시달린 각종 '병치레'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분들께 현대의 약을 처방해 보면서, 당시에 좋은 약이 있었다면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더했다. ( p. 6)'

<앓아누운 한국사>의 저자인 송은호는 인문학을 하는 약사로 '앓아누운' 조선의 왕들을 비롯한 인물들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았다. 현대의 의학으로는 쉽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었는데... 지금의 의료기술과 처방을 받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저자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종기는 조선 임금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질환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종기는 조선 왕 스물일곱 명 중 열두 명이 종기로 고생했다고 하니 (p. 137)'

소독약과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종기는 어릴 때부터 문종을 괴롭혔다. 등에 난 종기는 눕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아버지 세종의 총명한 두뇌를 물려받아 큰 기대를 받았던 문종은 철저하게 준비된 왕이었다. 하지만 왕이 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종기가 크게 도져 3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결국 종기는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키는 단초였다. 문종이 처방받아 종기가 나았다면? 바뀌었을 역사가 좀 더 아쉬운 이유다.


얻은 질병을 채찍으로 삼아 삶에 긍정적으로 적용한 인물도 있다. 하지만 바르지 못한 성격이나 나쁜 습관, 불결한 위생 같은 어찌 보면 사소한 원인으로 갖게 된 질병은 자신의 목숨을 너무 이르게 앗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의 물꼬를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틀기도 한다. 내가 영향력 있는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더더욱 자신을 돌봐야 한다. 아니, 물론 리더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