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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땅이여 2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4월
평점 :
드디어 2편에서 대한민국을 향한 미국과 일본의 음모가 드러난다. 한국 증권시장의 전면 개방을 빌미로 미국의 해지펀드는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고 한국에 자본 파동을 일으키려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근본을 끊으려고 주술 동원은 물론 역사 왜곡도 일삼아왔다. 이런 만행에 아직도 미련을 가진 자들이 남아있다는 게 문제였다.
'단군릉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그 당시 일본의 정부와 역사학계가 전력을 다해서 조작해낸 한반도의 고대국가 기원에 대한 역사가 뒤집어지기 때문이었다. (p. 263)'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의 컴퓨터 장애 원인이 <묘제의 연구>임이 밝혀진다. 이 연구는 한국 고대사의 비밀이 담긴 만주 단군릉에 관한 자료였고, 음모를 꾸미는 자들의 목적은 자료에 숨겨진 단서로 단군릉이 있는 곳을 알아내 없애버리는 것이다.
한국 시장을 교란하려는 미국의 펀드와 한국의 지기地氣와 천기天氣를 끊으려는 음모, 이를 막아내기 위한 사도광탄, 천재 해커 수아 그리고 세계적인 프로그래머 기미히토, 이들 셋의 활약에서 김진명 소설의 통쾌한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한반도 사상 최초로 임금부터 백성까지, 심지어는 심산유곡에 숨어 있던 선인이나 도사들까지 일편단심으로 한반도의 보전을 빌었던 영물입니다. 지배층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이루어졌던 세상의 어떠한 기원보다도 그 뜻이 순수하고, 한반도의 모든 기와 주문이 담겨 있어 그 힘은 세상의 어떤 다른 것과도 비할 바가 아닙니다. 결국 그들은 몽고의 침입을 견뎌냈지요. 중국도 지배당했는데 말입니다." (p. 96)'
팔만대장경이라는 영물이 실제로 존재할까? 그 영물이 한반도를 지켜준 것일까?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질 않으니 믿을 수 없나?
그럼 과학은 무엇일까? 소설 속 사도광탄의 질문에 천재 해커 수아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세상의 질서에 대한 합리적이고 규칙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해요." (p. 134)'
이 대화를 이어가보면, 과학은 계속 발전할까? 아니면 지금도 완벽해 더 이상 발전할 것이 없으니 멈출까.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부분 동의할듯하다.
인류가 지금까지 수억 년을 살아왔듯 수억 년을 더 산다면 인류가 이룩한 지금 과학의 수준은? 원시적인 단계가 아닐까? 그런 수준으로 마치 과학이 세상의 모든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군림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자연의 현상을 배척하는 게 타당한가. 이를테면 정신문화, 즉 팔만대장경 같은 영물을 말이다.
소설에서 우리 민족의 샤머니즘도 거론하는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인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은 인정하면서 굿과 같은 문화자산은 왜 부정하는가. 작가는 커다란 문화가 각 민족의 고유한 지식을 학살한 결과라고 본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끼는 힘이 존재하고 그것에 의지하는 게 종교라면 그 설득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제는 가고 없는 시절이다. 상실한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풍습도 없어졌다. 서낭당도, 던지던 돌도 이제는 모두 없어져 버렸다. 서낭당이 마귀라고. 제사 빼고 굿 빼고 산신령 빼고, 마귀란 것들 다 빼고 나면 한국 문화는 뭐가 남는가. (p. 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