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퇴직금 중간 정산이 실시됐고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목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간 쌓아놓은 퇴직금을 받았다. 그 이후가 문제였는데 퇴직금을 갖게 된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투자처로 주식시장을 택했다. 마침 1997년 외환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벤처기업 육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IT 버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때여서 주식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에서도 이 이야기를 다룬다.테크놀로지 주식의 대표 주자는 새롬기술이었다. 13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했던 종목이다. 억대 부자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초보 개미들의 주특기는 끝물에 올라타기다. 그래서 낭패를 본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이후로 주식이라면 치를 떨었다. 개인 투자자 서른 명의 인터뷰를 담은 전작 <일본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에 이어 후속작 <일본주식시장의 승부사들 2>에서도 서른네 명의 투자자가 등장한다. 차이가 있다면, 대박 주식 발굴, 저평가주를 공략하는 가치주 투자법, 수익을 올리는 기본 패턴, 이익 실현을 위한 손절매 기법, 투자 시간 줄이는 효율적인 투자법, 급락장 대비법과 실패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법까지 투자에 유용한 기법을 상세히 정리해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이다.따지고 보면 주식시장이 잘못한 건 없었다. 성공한 투자자들이 이를 증명한다. 내가 퇴직금을 날려버리고 주식에서 멀어지게 된 건 잘못된 방법으로 투자한 결과일 뿐이다. <일본주식시장의 승부사들> 같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필요했고 공부를 했어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지금 돌이켜보면 큰돈을 투자하면서 남들이 주는 정보에만 의지했는지 참 한심했단 생각이 든다. 그때 너무 뜨겁게 데인 나머지 그 이후 주식시장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3년 전부터 공모주가 개인에게도 허용됐다는 정보를 알게 된 후 공모주를 받아 상장 당일 파는 정도로 주식에 참여하고 있다. 쏠쏠하게 재미 보던 이마저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초장기 누리던 수익은 사라져버렸지만 말이다. 고민이다. 이제 자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남은 시장은 주식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진짜 주식공부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