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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 공부 - 나의 말과 글이 특별해지는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2년 6월
평점 :
내가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대부분'이란 낱말이다. 예를 들면 아래의 글에 뭉뚱그려 쓴다.
이번 안건에 '대부분' 찬성했다.
이곳 사람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지녔다.
그 사람이 하는 말 '대부분'이 과장이라 걸러 들어야 한다.
뭉뚱그려 쓴다고 해서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지루하다. 하지만 '대부분'이란 말이 들어갈 곳에 뉘앙스가 다르지만 의미는 같은 말로 바꾸면? 재미있는 글로 변한다.
'이번 안건에 '대다수'가 찬성했다.
이곳 사람들은 '대개'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의 '십중팔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지녔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거개'가 과장이라 걸러 들어야 한다. (p. 54)'
'많다' '많은'도 '많이' 쓴다. 지금도 '많이'를 쓴 걸 보면 정말 내가 '많이' 쓰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역시 대강 뭉쳐('뭉뚱그리다'를 반복하기 싫어 사전 찾아봄) 쓴다. (글이 좀 어색한가?)
피해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취업이 어려워 좌절하는 청년이 '많다'.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형제간에 돈 때문에 다투는 일은 '많다'.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그런 사람하고 친하게 지내니?
포항에서는 과메기가 '많아' 어딜 가도 과메기가 반찬으로 나온다.
역시 지루하긴 마찬가지다. 대신할 어휘를 찾는 수고를 조금만 기울이면 글에 기적이 생긴다.
문장 순서대로 '숱하다', '허다하다', '수두룩하다', '비일비재하다', '하고많은/하고한', '혼전만전해서'를 바꿔 넣어 보시라. 풍성한 글로 탈바꿈한다.
'피해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 (p. 83)' 같이 풍성한 글로 탈바꿈한다.
'모두'란 단어도 '숱하게 (당장 써먹었다)' 애용한다. 어떤 단어로 바꿀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막막하다. '빠짐없이', '싹', '모조리', '몽땅', '송두리째', '깡그리'... '모두'를 대신할 것들이 이렇게 수두룩(또 써먹었다) 하다.
글감이 없는 것도 고민이지만, 그나마 생각난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은데 한계를 느끼면 글쓰기에 절망한다. 표현에 섬세함이 없고, 감정과 느낌을 설명을 할 때 밀도가 사라지는 이유는 하도 반복해서 닳고 닳아버린 한정된 낱말만을 갖고 펜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신효원의 <어른의 어휘 공부>는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어휘 50개를 선정해, 각 어휘마다 대신할 유의어를 미묘한 차이와 쓰임새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제시한다.
'여기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조금 있다'라는 '다사롭다', 이보다 좀 더 강한 느낌을 주는 '따사롭다', 또는 '조금 따뜻하다'라는 뜻의 '따사하다' 혹은 '따스하다' 등으로 바꾸어 쓸 수 있겠다. 다사로운, 따사한, 따스한 봄볕 아래 고양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 부럽다! (p. 62)'
저자가 내놓은 유의어들은 같은 단어가 반복될 때 매력을 잃고 지루해지고 마는 말과 글에 멋과 생동감을 더한다. 옹색한 어휘력으로 쓴 우리들의 밋밋한 무채색 글에 형형색색의 컬러를 입혀준다.
어휘가 언어 세계를 한정하고, 언어의 크기만큼 나는 세계를 이해한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를 갖가지 생각과 감정이 가득한 넓디넓은 세계로 만들기 원한다면?
'해답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꺼내 쓰는 어휘를 다양하게 바꾸어 써 보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언어 세계를 독식하고 있는 어휘를 대신할 여러 유의어들을 찾아보고 이리저리 바꿔 써 봐야 한다. (p. 6, 들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