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
최규영 지음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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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한 명의 직장인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며, 용감해지고 싶지만 때때로 그것이 어려운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안에 살며 '사람' 소방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p. 6)'

저자 최규영은 글 쓰는 소방관이다. 필명은 '시골 소방관 심바 씨'. 한국인 최초로 1년 안에 세계 4대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완주했다. 소방관도 서른여섯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가진 직업이다. 교환학생으로 아프리카 우간다에 갔었고, 깐풍기 가게를 망원동에 오픈해 운영했었고, 호주 악어농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로 일했었다. 청년 시절에 해낸 꽤나 많은 이력에서 심상치 않은 소방관임이 드러난다.


<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는 최규영 소방관도 밝혔듯이 소방관을 영웅으로 미화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죽음을 마주하고 나면 슬픔과 상실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며, 슬픔에 무뎌지려 무던히 노력하기도 한다. 사나운 불길에 용기를 내보지만 두려움은 어쩔 수 없다.

'우린 보통 사람들이 등을 지고 피하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하듯 들어가지만 소방관도 사람이기에 고민도 되고 두렵기도 하다. (p. 37)'

안락사에 처해질 유기견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홀로 무관심 속에서 삶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휠체어 노인을 구조하려고 나선다. 폭우가 지나간 후 나돌아다니는 소와 돼지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한다.

심바 씨가 그려내는 소방관의 세계는 울고 웃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냄새 가득한 우리들의 이웃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는 소방관이 강철이라 여긴다. 그리고 소명의식에 가득 차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소방관의 죽음이 각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당연시하며 슬쩍 지나치려는 심보가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 건 아마도 이런 허무맹랑한 선입견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소방관으로 지내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소방관인 내가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인데 막상 답변을 하려고 보니까 숨이 턱 막혔다. 사람들 생각에, 소방관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꼭 보람을 느껴야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유의 질문을 들으면 어쩔 땐 보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p. 201)'

보람이 강요되어야만 하는 직업은 없다. 보람을 대가로 소방관들의 희생을 상쇄하려는 건 비뚤어진 마음이다. 소방관들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생활의 한 방편으로 택한 직업일 뿐이다. 그들도 두렵고 슬프고 그래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들처럼... 우리들의 여느 이웃처럼.

다만, 심바 씨는 아버지의 심장이 멎는 날, 숨을 불어넣기를 다하지 못한 기억과 원망 때문에 소방관이 되었다. 그리고 곧 태어날 함박이가 아버지를 그리워할 때,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밝은 마음으로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처럼 위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가수 양희은의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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