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ㅣ A Year of Quotes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3월
평점 :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시간의 흐름과 현존에 대한 소로의 실험을 담은 책이다. (p. 6)'
지난해 8월부터 운동 삼아 걷기 시작했다. 아직 1년이 채 안 됐지만 여름, 가을, 겨울, 봄 사계절 모두를 경험했다. 걷기는 나에게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선물했다.
여름에 강가에서 초록빛을 띠고 싱싱했던 풀은 가을이 되면서 시들어갔고 숲의 나뭇잎은 붉게 노랗게 물들었다. 겨울이 되자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냈고, 여름에 무성했던 풀이 차지했던 곳, 그곳엔 땅이 드러난다.
봄이 되니 새순이 돋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색깔을 자랑하더니 지금 내가 걷는 길 주변엔 철쭉이 한창이다. 이제 곧 강가엔 또 풀이 무성할 것이고, 산에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길은 나무의 잎사귀에 가려져 모습을 감추게 되리라.
강물에 비친 노을은 하루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 위의 떠있는 오리, 냇물 속 먹이를 찾아 나온 왜가리와 백로를 보려고 걸음을 멈췄고, 바람을 느끼면서 바람이 부는 방향도 매일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의 색깔에서도 미세한 차이를 발견했고, 시냇물의 물소리도 여러 가지임을 걷기 시작하면서 알아챘다.
'계절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라. 그 공기를 호흡하고, 그 음료를 마시고, 그 열매를 맛보고, 그 영향력에 자신을 맡겨라. 모든 자연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연에는 다른 목적이 없다. 저항하지 말라. '자연'은 건강을 뜻하는 또 다른 이름이고, 계절들은 건강의 각각 다른 상태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봄에, 여름에, 가을에, 혹은 겨울에 몸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계절 속에서 잘 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p. 269, 1853년 8월 23일의 일기 중에서)'
어릴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가방을 마루에 던져 놓고는 바로 나가 놀았다. 동네 뒷동산에서 놀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맨발로 공을 차기도 했다. 해거름녘 이면 밥 먹으라는 소리가 학교 담너머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해의 움직임에 따라 놀기를 멈출 때임을 알았고, 저녁 먹을 때가 되었음을 알았기에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걸으니 시계와 달력으로 조정되는 삶에서 계절이 때를 알려주는 삶의 길로 들어섰다.
계절이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소로가 선물하는 하루 10분, 이 책에는 계절을 느끼는 법, 내 속에 계절을 찾아내는 법이 담겼다. 그리고 계절 속에서 아름다운 일 년을 풍요롭게 사는 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