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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쪽으로 가다
오남수 지음 / 브.레드(b.read) / 2023년 3월
평점 :
유난히 욕심을 부리는 장르 중에 하나가 여행책이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시간과 비용 때문에 제한되니 책으로라도 여행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리라. 특히 로드트립은 자동차가 됐든 바이크가 됐든 시간, 경제적 여유에 건강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하니 마음먹기가 더 어렵다. '40년간 자동차로 누빈 미국 서부 로드 트립'이란 부제의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뿌리칠 수 없었다.
'미국 서부는 최고의 자동차 여행지다. 도로가 한산해 마음껏 달릴 수 있고, 길가에 멈추고 싶은 풍광이 빼어난 장소가 속속 등장한다. (...) 게다가 유명한 옐로스톤과 요세미티, 글레이셔 국립공원 외에도 수많은 국립공원이 저마다 위용을 뽐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자연 이 선사하는 안식과 행복은 그 어떤 물질적 사치에 비할 바 아니다. (p. 11, 12)'
저자 오남수는 어린 시절 <김찬삼의 세계일주무전여행기>를 읽고 여행이란 로망을 간직했다. 미국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여행의 참맛을 알았고, 종이 지도를 펴든 채 자유로운 자동차 로드 트립을 시작한다. 저자가 실제 여행한 일정대로 친절한 Travel Note와 함께 미국 서부 7개 루트를 소개한다. 소개한 루트대로 일정을 짜 여행해도 될 정도다.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후 빡빡한 일정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는 곳마다 많은 인파에 질렸었다. 당연히 다시 여행을 한다면 복잡한 곳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그런 곳을 중심으로 안내한다.
'시간이 남거나 일정이 틀어져 우연히 발견한 곳, 지도를 펼쳐놓고 다년간 여행을 다닌 나의 감으로 찾아낸 현지인도 모르는 곳도 아낌없이 소개했다. (p. 12)'
묵을 곳, 비용을 줄이는 법, 어느 때에 가면 좋을지,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곳 등 꿀팁을 아낌없이 알려준다.
'내 인생 마지막으로 긴 여행에 나선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도 나는 미국의 몬태나주와 북캘리포니아의 멘도시노, 인파는 많지만 추억이 많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p. 9)'
아쉽게 스친 도시 멘도시노, 저자에게 다시 가고 싶은 곳의 으뜸인 곳이다. 목조주택이 드문드문 보이고 해안선의 운치가 더해진 아담하고 예쁜 도시. 활발하던 벌목 산업이 금지되면서 유령도시가 되었다가 히피를 피해 온 예술가들이 정착해 도시 규모에 비해 갤러리가 많다. 커뮤니티가 단단해 이주 승인, 가게 오픈 등이 까다로워 인구가 늘지 않는 단점도 있지만 그 덕분에 시간을 잊은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오래전 영화지만 지금까지도 수려하고 목가적인 풍광으로 자주 회자되는 <흐르는 강물처럼>과 <가을의 전설>로 대표되는 것이 몬태나의 풍경이다. (p. 27)'
<흐르는 강물처럼>을 봤다면 영원히 잊지 못할 아버지와 두 아들이의 플라이낚시 장면을 촬영한 곳이 플랫헤드 호수다. 이렇듯 여행지마다 간직한 영화 또는 셀럽들의 이야기로 여행과 수다거리가 풍성해진다. 여행을 함께한 이들과 공유한 추억은 또 어떻고... 유대를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남자 넷은 화장실 표지 앞에서 한바탕 웃었다.
'Men to the Left.' because, 'Women are Always Right.'
"이들이라고 별수 있겠어." (p. 124)'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것을 즐기고 경험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여행만 한 것이 있을까? 짐을 꾸려 떠나보자.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