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변지영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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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자아가 있다, 없다 하는 논쟁의 중심에 이 '나'가 놓여 있다. 주체로서의 자아, 아는 자로서의 자아, 주체성이라는 경험을 만드는 자아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아는 있는가 없는가? (p. 359)'

덩달아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한 적은 있지만 '자아가 있을까? 없을까'하는 의문은 가져본 적이 없다. 자아가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해서였다.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헷갈린다'였다.


'나'는 누구인가, 또 무엇을 가지고 '나'라고 할 수 있나.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우리는 '나'를 잃어버린 사람 여덟 명을 만난다. 뇌과학의 힘을 빌려 여덟 명이 드리우는 자아의 8가지 그림자를 통해, 과학 저널리스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자아'에 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코타르 증후군, 존재를 부정한다. 나의 이야기를 빼앗아가는 알츠하이머, 내가 사라졌다. 다리가 낯설어 없애고 싶어 하는 증후군 BIID. 자각의 주체인 독립체로서의 느낌이 줄어들어 자아가 없는 빈 껍데기의 조현병. 어둡고 안개가 자욱한 세상에서 영원히 헤매는 이인증 환자. 자아의 성장이 멈췄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자폐인. 또 다른 자신을 보는 유체이탈, 도플갱어. 무아지경이 되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황홀경 간질.


'결국 그들은 남자 몸의 모든 부분을 시체의 것과 맞바꿨다. (...)
그의 몸은 이제 다른 누군가의 신체 부위들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이제 그는 몸을 가진 것일까, 아닐까? 만약 몸을 가졌다면 그것은 그의 몸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몸일까? 만약 자기 몸이 아니라면, 그는 어떻게 그 몸을 볼 수 있을까? (p. 8 프롤로그)'

존재를 부정하고, 나의 이야기가 사라졌고, 신체가 내 것이 아니다. 빈 껍데기에 딴 세상에서 헤매고, 성인으로서의 자아가 없다. 또 다른 나를 목격하고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인식한다면 도대체 나는 어디 있는 건가. 시체의 몸으로 바뀐 나는 누구인가? 혼란스럽다.

'나'를 형성하는 것은 기억, 정신, 마음 뭐 그런 건가? 아님 뼈, 피부, 다리 등과 같은 몸인가? 관념과 신체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해서 '나'라고 하는 건가?

'자아'는 자신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는데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해를 못 한다면 자아는 상실된 건가?

철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도 자아가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 두 개 진영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헷갈릴 수밖에...


'긴긴 겨울밤을 밝히며 번역을 끝내고 나서 내가 얻은 하나의 깨달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아의 본질' 따위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 '자아'에 관해 굳이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나는 비트겐슈타인의 구절을 빌려 답할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물들의 측면은 그것들의 단순성과 일상성으로 인하여 숨겨져 있다. 우리들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제나 우리들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p. 374, 375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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