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팔레스타인 2 -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 아! 팔레스타인 2
원혜진 지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바이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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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 유학 중인 이스라엘 국적의 학생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 전쟁에 참여했지만, 이슬람권의 학생들은 미국에 그대로 남았다는 말이 아무 근거 없이 오르내리곤 했던 적이 있다. 즉 애국심이 이스라엘 학생에겐 있었고 이슬람권 학생에겐 없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가진 이스라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박정희 군부 정권 때부터 뿌리내렸다. 사회적 반발을 달래고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성공사례로 가져왔다. 내가 배운 친미 성향의 교육에 따르면 유대인은 탈무드로 교육받아 지능이 우수하고, 고난을 극복한 위대한 민족이다. 그들의 키부츠 성공 사례는 근면, 자조, 협동을 생활화하는 새마을 운동으로 이어졌다.


나치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자, 집시, 장애인까지 학살했지만, 홀로코스트의 희생이 가져온 동정 여론은 온전히 유대인의 몫이었다. 신성불가침인 홀로코스트는 이스라엘의 건국을 정당화하는 토대가 됐다. 또한 유럽은 암묵적으로 이스라엘 정책에 동의하며 유럽이 가진 반유대주의 죄의식을 씻고자 했다.

'엠지엠(MGM), 20세기폭스, 워너브라더스, 콜롬비아, 파라마운트 등 할리우드의 제작사 대부분은 유대인이 창립한 회사입니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나 과거 유대인의 핍박을 담은 대작 영화를 끊임없이 제작해 유대인의 비극을 전 세계에 계속 상기시킨다. (p. 134)'

친 이스라엘 정서와 달리 세계의 눈에 비친 팔레스타인의 이미지는 테러다. 그것도 자살 테러.
'우린 그걸 자살폭탄 공격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자살이라는 말은 삶을 포기한 매우 비겁한 말이며 이슬람에서는 그런 자살을 인정하지도 않아요. 그건 순교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위한 저항이죠. 그런 희생적인 저항은 세상 모든 나라의 역사에서 등장했습니다. (p. 4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외신은 전하지만, 실상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이스라엘 집권 여당은 선거를 앞두고 대공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까지 했다. 표를 많이 얻으려고 강경 노선을 걸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했다. 정도가 심해 소수이긴 하지만 이스라엘 내에 반정부 운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언론과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가자 침공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의 병역 거부 젊은이들은 동영상을 만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p. 128)'


20세기 독일 나치는 유대인 거주 지역 게토를 설치해 유대인을 외부와 격리했다. 21세기에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가뒀던 게토처럼 장벽을 세워 팔레스타인인을 고립시켰다. 이스라엘은 이 장벽을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막기 위한 '보안 장벽'이라고 말하면서 감시탑을 세워 팔레스타인인들을 감시한다.

'그들의 말과는 다르게 이 장벽은 농부와 농토, 학생과 학교, 환자와 병원, 노동자와 공장, 서로 만나려는 가족과 가족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p. 76)'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신들의 나라는 없었다. 이스라엘 점령촌만 있을 뿐이었다. 나에게 이 사실은 너무 생소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동할 때가 허가증이 있어야 하고, 온갖 수모를 겪으며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억압과 통제를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점령촌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저지르는 폭력조차 전혀 처벌되지 않는다.

'이스라엘 점령촌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제4차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사례 가운데 가장 악랄한 경우 꼽힌다. (p. 162)'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경제도 통제하고 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기업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스라엘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등 팔레스타인 경제는 이스라엘에 철저히 종속된 구조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을 오히려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으로 귀환한 것으로 정당화하고 있었다면, 박노자 교수의 말처럼 지금부터는 팔레스타인을 '한국적 입장'에서 읽어야겠다.

일본이 한국을 점령했듯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했고, 한국이 일본을 공격하지 않고 저항했듯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고 저항했을 뿐이다. 윤봉길, 안중근 의사는 독립투사이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살해한 아메드 야신, 란티시, 아라파트도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외친 이들이다. 하마스는 엄연한 팔레스타인의 정당이다.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오긴 하는 걸까? 이스라엘 북부의 와디 아라(Wadi Ara) 지역에 설립된 두 민족, 두 언어가 공존하는 학교에서 이스라엘 아이와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같이 즐겁게 논다. 이런 풍경이 점차 많아진다면? 이 지역의 희망도 커지리라. 결국 다음 세대에게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본다.

팔레스타인, 지구상에서 상처가 가장 큰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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