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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팔레스타인 1 -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 ㅣ 아! 팔레스타인 1
원혜진 지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바이북스 / 2023년 2월
평점 :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의 이야기.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으면서 누구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 (p. 4, 추천의 글 - 박재동)'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 이 메시지로 인해 크게는 이슬람 국가, 작게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우리가 가진 선입견은 폭력과 테러다. 이슬람 문화를 폄훼하려고 퍼뜨린 말이라는 사실엔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연신 웰컴을 외치며 사탕을 손에 꼭 쥐여주던 제닌 시장에서 만난 어느 노숙인과 차 한잔 마시면서 쉬었다 가라던 염소와 양을 치던 베두인 할아버지, 한국인을 만 났다는 이유로 꺅꺅거리면서 정말 행복해하던 지드래곤과 이홍기의 소녀 팬, 언젠가 돌아갈 고향 집의 낡은 열쇠를 보여주며 눈은 울고 입은 웃던 난민촌 할아버지까지. (p. 10, 개정판을 내면서 - 원혜진)'
우리의 고정관념대로라면 위의 풍경은 이스라엘에 좀 더 가깝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 <아! 팔레스타인>의 저자 원혜진이 첫 팔레스타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다.
2000년 9월 30일. 열두 살 소년 라미 자말 알두라가 아버지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 다녀오던 중 시위대를 진압하던 이스라엘 군과 맞닥뜨린다. 총구를 겨눈 이스라엘 군을 향해 쏘지 말라며 아버지 자말 알두라는 절규한다. 수차례 총성이 울렸고 소년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장면은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때, 부근에 있던 프랑스2TV 카메라에 포착되어 텔레비전에 방송되었다. 맨몸인 아버지와 아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민 이스라엘의 잔학한 행위를 두고 당시 팔레스타인 의회 의장이었던 아메트 케레이어는 "세상에서 인간이 목격할 수 있는 추악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p. 22)'
이 장면에 원혜진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대해 갖고 있던 자신의 선입견에 의문을 가진다. 원혜진이 아는 이스라엘이 21세기에 이런 짓을 한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유대인에게 팔레스타인은 기원전 2100년경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땅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을 차지하기 위해 25년간 여호수아는 가나안 토착민 필리스틴인을 몰아내며 정복 전쟁여호수아다. 20세기에 이스라엘은 여호수아가 필리스틴인을 무참히 짓밟듯, 팔레스타인에 멀쩡히 살고 있는 원주민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했다. 야만인을 죽이는 것이 신의 명령인 양 아메리카 신대륙의 원주민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한 유럽 백인들과 흡사하다.
고등학생 시절 박영한의 소설 <머나먼 쏭바강>은 베트남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바꿔놓았다. 베트콩은 나쁜 놈들이고 미국은 좋은 나라라는 미국 관점의 내 생각을 베트남의 입장으로 바꾸고 보니,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 주권을 빼앗으려는 미국에 대항한 독립 전쟁이었다.
'김구, 안중근, 윤봉길, 홍범도 등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싸우신 분들을 일본은 지금도 테러리스트라고 부릅니다.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그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라 매도하고 있습니다. (p. 12, 13 [초판] 작가의 말)'
만약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1945년에 우리나라가 독립하지 못했다면? 우리의 모습이 팔레스타인의 모습이지 않을까? 이스라엘 역사가 우리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아! 팔레스타인 1>을 읽으면 팔레스타인 역사가 우리와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민족', '혈통' 위주의 집단의식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아! 팔레스타인>을 '한국적' 입장에서 읽기를 권장한다. (p. 8, 추천의 글 - 박노자)'
팔레스타인, 지구상에서 상처가 가장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