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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철학 강의
고스다 겐 지음, 오정화 옮김, 김선희 감수 / 더숲 / 2023년 2월
평점 :
세상을 살면서 궁금한 게 너무 많지만 그중에 33개의 질문,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철학자 62명이 질문에 답하는 그들의 철학이 간략하게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철학 강의>에 담겼다. 나같이 드문드문 알아 철학이 어려운 사람에게 딱인 입문서다.
질문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주장을 핵심적으로 간결하게 1페이지에 정리했다. 행여 지루할까 걱정됐는지 페이지마다 일러스트도 있다. 입문서로서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철학자의 주된 사상을 한마디로 다뤄내 부담을 덜어내고 간편하게 훑어갈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철학 강의>의 질문 중 몇 가지에 생각 잇기를 해보면...
자유란 무엇일까?
친구를 한 대 쥐어박고는 '왜 때려?' 그러면 '내 자유야...' 어릴 때 이런 유치한 장난을 했었다. 자유란 어떤 상태일까? 자기 좋을 대로 하는 행동이 자유가 아님을 자라면서 깨닫는다. 자유를 누리려고 하지만 홀로 있는 상태는 두렵다.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자유 건너편에 있는 건 책임이다.
로크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서 자유가 보장되질 않으니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약속을 하여 자유를 보장받는다. 자유는 인간이 받고 있는 형벌이라고 사르트르는 말한다. 자유라는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자유로부터 도피'한다. 그 결과 파시즘이라는 최악의 상태를 초래했다고 프롬은 자유를 분석했다.
'우리는 무(無)의 상태에서 스스로 창조해 나가야 하며, 심지어 그 창조에는 선행하는 본보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르트르는 이러한 상태를 두고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에 처해 있다"라고 표현했다. (p. 32 사르트르의 자유)'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될까?
당연하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의 이 질문에 어른들이 대답하지 못하고 당황했다고 한다.
법에 정해져 있어 살인을 하면 벌을 받는다. 그런데 왜 벌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는 법에 없다. 살인은 나쁜 건가? 그 근거는? 살인은 정의롭지 못한 건가? 왜 그렇지? 국가는 사형제도를 법률로 정해놓았는데 살인이 정의롭지 못한 행위라면 국가는 살인해도 되는 건가?
''죽이다'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 과연 이 세상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 있는 것일까요?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모든 인간은 본래 평등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이 같은 사람을 구분하는 행위는 문제없는 것일까요? (p. 88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될까?)'
7년 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철학적 질문에 명쾌한 답을 원했지만 그 책에 그런 답은 (내 기억으론) 없었다. 아니 있을 리 없다. 천자만별의 인간과 생각이 존재하니 말이다.
다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철학가와 사상가의 생각은 있었다. 그래서 나도 올바른 질문을 해보고, 그들의 사색에 이어 생각도 해보고, 그들의 철학과 견주어 스스로 답을 찾아보는 여행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여행을 위해 철학이 필요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철학 강의>는 여행의 밀도를 높이고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우리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질문들에 숨겨진 여러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철학에서는 어떤 사색이 이루어졌는지 간략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철학자들에 관심이 생기고 철학책을 읽어 보게 된다면 저자로서 그보다 큰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