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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려고 읽습니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3년 1월
평점 :
다독? 정독? 지금도 진행 중인 고민이다.
'다독을 자칫 잘못 쓰면 과독過毒이 됩니다.(...) 지금부터 저는 다독에 환상을 가진 당신의 딱딱한 신념에 정면으로 부딪쳐보려 합니다. (p. 6, 7)'
'책과강연' 북콘텐츠 대표 기획자 이정훈은 <쓰려고 읽습니다>에서 '쓰기 위한 읽기'를 제안한다. '쓰기 위한 읽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마치 나의 고민을 알아채기라도 한듯하다.
책을 쌓아두면 다 읽지 않았더라도 뿌듯한 마음, 책 자랑이나 책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다. 누군가 책장을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으니 말이다. 사놓은 책은 언젠가 읽게 된다는 욕심에 쌓아놓는다. 그렇지만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감안하면 쌓아놓은 책 모두를 읽을 순 없는 노릇이다. 책을 선택해서 읽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게 첫 번째 고민이다.
'무턱대고 읽지 말고 먼저 자기 문제부터 객관화하자는 것, 그런 다음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유 있는 책을 주체적으로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p. 72)'
저자는 다 유익하니 아무 책이나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의 밑바탕에 책을 추앙하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꼬집는다. 다독은 단편적 지식을 쌓을 뿐인 한계에 부딪힌다. 저자의 책 선택 기준은 현재 나의 문제와 미래의 예측 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두 가지뿐이다. 당장 읽어야 할 책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면 '언젠간 읽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을 왜 읽지? 가 나의 두 번째 고민이다. 지식 욕구를 채우려는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나의 독서 목적은 쓰기다. 글에 밑줄을 긋고 내 생각을 이어 쓰곤 한다. 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 글을 내가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쓰기를 읽기보다 덜 하는 이유는 쓰기가 읽기보다 덜 익숙해서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주 쓰기를 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자주 쓰면 익숙해진다. 그런 이유로 저자에 의하면 쓰기의 출발은 제일 익숙한 '나 자신'이다. 나의 문제, 나와 세상의 문제, 겪어온 삶의 문제들이 글감의 출발이다. '쓰기의 과정은 '문제'이고, 완결된 글은 '해답'입니다. (p. 167)'
쓰기를 위한 읽기를 하는 방법도 구제적으로 제시한다. 발췌 읽기와 발췌 문장을 읽고 생각 정리하는 법, 전자책의 독서노트 기능과 전자책 메모 방법 등 매우 상세하다. 특히 책상 위에 전자책 리더기, 데스크톱, 책 등의 위치를 배열한 '쓰기의 풍경'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 다독의 무게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향한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읽기'의 본질적인 목적을 재확인하자는 것과 독서의 효과를 즉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쓰기 위한 읽기' (p. 185, 186)'를 하자는 것이다.
다독이 옳으냐 정독이 옳으냐의 질문은 '책을 어떻게 읽느냐'의 논의다. 하지만 '책을 왜 읽느냐'로 질문을 옮겨오면 대답이 선명해진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의 경우는 글쓰기가 목적이었다. 글감을 얻으려고, 표현을 배우려고, 지식을 쌓아야겠기에 읽기 시작했다. 다독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읽기에서 즐거움은 찾는 사람이라면 그 목적은 나와 다르니 다독이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고 글쓰기에 조금은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사례로 든 글들을 읽으면서 글감을 어떻게 얻어야 할지에 큰 도움이 됐다.
이정훈의 <쓰려고 읽습니다>를 내 나름 정리해 본다면, 결국 쓰기와 읽기의 시작은 모두 '나'다. 내 삶에서 드러내기 불편했던 문제를 구체화하는 행위가 '쓰기'고, 그 문제를 풀어내는 행위가 '읽기'다. '쓰기 위한 읽기'는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