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 미술전시 감상에서 아트 컬렉팅까지 예술과 가까워지는 방법 뉴노멀을 위한 문화·예술 인문서 4
김진혁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시장 바닥에 누구든 까먹을 수 있는 진짜 사탕이 쌓여있다. 약 7,000개의 사탕 무게는 34kg이다. 전시장에 있으니 당연히 작품이다. 예술 참 어렵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 모습을 곁에서 본다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아닐까?

'설치 미술은 굉장히 문학적인 예술입니다. 놀라운 은유법을 품고 있어요. (...) 예술가의 사탕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달콤함이자 책임감이자 그리움입니다. 사탕을 까먹는 행위까지 작품으로 만들어 병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연인의 존재를 표현한 창의성이 놀라웠습니다. 사탕이라는 적합한 소재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요. 정성스레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p. 177)'

자~ 설명을 듣고보니 이제 34kg의 사탕은 내게 예술 작품이 된다. 이 작품은 쿠바 태생의 미국 시각 예술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이름도 길다...)의 <무제 Untitle - 로스모어 Ⅱ Rossmore Ⅱ >라는 설치 미술이다.

미술이라니 그림도 아닌데?
변기를 올려놓고 한쪽에 사인을 남겨놓은 작품, 그 유명한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품 <샘 Fountain>이다. 작가의 생각이 작품이 되는 '개념 미술'이 미술에 더해진 요즘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하니 미술관에 갈 마음에 생기겠나.

'미술 작품과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 제가 쓸 수 있는 범위는 미술관에 가고 싶지만 지극히 낯설고 두려운 누군가를 위한 글입니다. 또는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좀 더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누군가를 위한 글입니다. (p. 5, 6)'

현업 문화예술 기획자 김진혁이 건네는 미술전시에 관한 모든 것,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는 도통 미술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미술관에 갈 마음이 없는 우리를 미술관으로 이끈다. 낯선 미술관을 우리 앞에 친근하게 갖다 놓는다.


이 책은 4개의 전시실로 꾸며졌다.

미술을 즐기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제1전시실에서 알려주는 곳은 미술관, 갤러리, 갤러리가 한곳에 모인 아트페어, 동시대 미술 즐기기가 가능한 비엔날레, 대안공간, 두 가지 이상의 문화 예술 콘텐츠가 전시된 복합문화공간,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 하는 명품 브랜드 미술관이다. 그리고 거리에서 마주하는 공공미술까지.

제2전시실에서는 하나의 전시를 위해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은 하는지 소개한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예술가다. 좀 더 찾아봐야 보이는 사람들은 전시기획하는 큐레이터, 작품 판매를 위해 고객 관리까지 하는 갤러리스트, 애듀케이터, 도슨트. 여간해서 눈에 띠지 않는 전시 공간 디자이너, 너무나 생소한 보존과학자.

가장 낯설고 어려운 과제인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곳은 제3전시실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지에 따라 구별되는 구상회화와 추상회화, 난해한 설치미술, 조각까지, 작품 감상법뿐만 아니라 전시를 기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하고 싶다면 그 방법은 제4전시실에서 알게 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굿즈 등은 전시를 추억으로 만들어 줄 것이고, 직접 작품을 컬렉팅하여 감상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뭐니 뭐니 해도 예술적 경험의 완성은 책 읽기와 마찬가지로 리뷰다.

'그런데 왜 글을 쓰는 거죠? 리뷰를 남기면 도대체 뭐가 좋을까요? 우선, 글쓰기가 갖는 성찰의 힘 때문입니다. 셰퍼드 코미나스의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에서 "글쓰기에 착수하는 시간이 빠를수록 자기 발견의 여정에 빨리 접어들 수 있다.”라고 말해요. (...) 리뷰 쓰기는 방금 보고 온 전시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내 삶과는 어떤 접점이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p. 274, 275)'


나는 딸아이가 미술을 전공해서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미술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특정 그룹만이 향유하는 미술이 아닌 모두가 미술을 알아야만 하는 시대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하다.

무장적 코끼리에게 바짝 다가가 다리도 만져보고 코도 만져보면서 코끼리를 알아갈 수도 있다.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가 가르쳐주는 방식은 일종에 줌인 줌아웃 방식이 아닐까?라고 혼자 생각해 봤다. 멀리서 코끼리를 보고 다가가 다리를 만져보고, 다시 뒤로 물러서 한눈에 코끼리 전체 모습을 보고 코로 다가가 코를 만져보는 식... 이를 반복하며 미술과 친해지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제 더 이상 미술관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엉성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책,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것을 작품으로 보게 하는 책, 예술을 내 삶에 경험으로 끌어들이게 하는 책,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