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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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지인의 <빌리 서머스 1, 2> 후기를 읽고, 스티븐 킹을 읽어볼 요량으로 추천을 부탁했더니 <11/22/63>와 단편집 <피가 흐르는 곳>을 추천해 주셨다. 스티븐 킹의 작품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터라 추천받은 책을 담아 놓았는데, 황금가지의 <나중에> 서평단 모집을 보았고 반가운 마음에 신청해 이 책을 받았다. 드디어 추리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 영접. 다른 책은 읽어보지 않았으니 <나중에>가 스티븐 킹의 작품 중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


'사과부터 하기는 나도 싫다. 문장을 전치사로 끝맺지 말라는 문법처럼 사과로 글을 시작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 만도 한데, 지금껏 서른 장 넘게 쓴 내용을 확인해 보니 역시 양해를 구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내가 사과하려는 이유는 바로 계속해서 등장하는 어떤 표현 때문이다. (...) 바로 '나중에'라는 말이다. 나는 '나중에 (later on)'와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later I found out)', 그리고 '나중에야 깨달았는데 (It was only later that I realized)'라는 어구마다 반복해서 그 표현을 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p. 11 첫 문장)'

'나중에' '나중에'... 라는 말 때문에 궁금해 단숨에 읽은 '공포물'이다.

'아무튼. 나는 죽은 이들을 본다. 내가 기억할 때부터 늘 그랬다.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그 영화와는 다르다. 흥미롭기도 하고, (센트럴 파크의 남자처럼) 때론 무섭기도 하고, 때론 성가시기도 한데 대개는 그저 그렇다. 왼손잡이가 자신이 왼손잡이라는 데에 익숙하듯이, (p. 24)'

제이미는 죽은 이들을 본다. 혼이 사라지기까지 유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유령들은 질문을 받으면 반드시 진실만을 말한다. 1인 작가 에이전시인 티아는 아들 제이미의 기이한 능력에 반신반의한다. 하지만 이웃집에 사는 버켓 교수의 노부인이 죽었고, 그 부인이 숨겨둔 반지가 어디 있는지를 제이미가 알려줄 때 비로소 아들의 능력을 믿는다. 영화 <식스센스>의 유령을 보는 어린 주인공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티아의 동성 애인인 경찰 리즈, 리즈는 마약 운반에 가담했고 위험에 빠진다. 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어린 에이미를 사건에 끌어들여 능력을 악용하려 한다. 제이미는 버켓 교수의 도움을 받는 등 얽힌 사건들을 풀어가며 여러 곤경으로부터 벗어난다.


주변에 유령을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있다. 많다. 그들이 유령을 보았다고 할 때, 우리는 '헛것을 봤겠지'라는 말을 되돌려준다. 그렇게 대답하는 이유는 내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령을 보는 능력이 픽션의 소재가 될 때 재미있게 읽는 건, 우리가 그 능력이 사실이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신념은 더욱 강하다. 그들은 절대 유령이 전해주려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들을 수 없다. 나중에라도 절대.

유령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없으니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러니 더욱더 유령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잃는다. 나중에? 아니 한번 가진 신념을 뛰어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픽션으로만 즐길 수밖에...


유령을 보는 능력의 소유자 제이미의 성장 소설이다. 제이미의 심리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소설의 제목인 '나중에~'라는 말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 '나중에 알게 되는' 반전이 있었다. 짐작한 독자도 있겠지만, 나는 전혀 눈치 재지 못했다. 리즈의 달라진 모습이 반전일 줄 알았다.

유령을 본다든지, 유령을 불러내는 소재가 다소 클리셰 느낌은 있지만, 동원한 다른 장치들로 새로운 스토리를 꾸며낸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장르임에도 웃음을 짓게 하는 재미 요소가 그런 장치들의 일부다. 폰지 사기, 동성애, 마약, 테러 그리고 근친까지 관심을 끌만한 것들도 가득하다.


결국 이 책을 읽었으니 나중에... 또 스티븐 킹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맛을 들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스티븐 킹의 작품 두 편도 추천도 받았으니. 나중에... 나중에...

'항상 나중이라는 게 있다. 이제는 나도 안다. 적어도 우리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항상 나중이 있다. 마침내 죽고 나서야 모두 이전 일이 되는 것이다.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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