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프렌들리 - 세상을 바꾸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비밀
클리프 쿠앙.로버트 패브리칸트 지음, 정수영 옮김 / 청림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에 입학했을 때 당시로서는 최첨단 컴퓨터였던 VAX 11이 있었다. 교실 몇 개를 차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키펀처도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 컴퓨터는 사용자 친화(User Friendly)와 거리가 꽤 멀었다. 어떤 결과를 얻으려면 컴퓨터가 알아차리는 언어를 우선 배워야 했다. 컴퓨터 친화적이었고 컴퓨터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때였다.

'그런데 어느 눈부시게 밝은 날 캘리포니아에서 웬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컴퓨터가 이렇게 똑똑한데, 사람에게 컴퓨터를 가르치지 말고 컴퓨터에게 사람에 대해 가르쳐 보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이 똑똑한 엔지니어들은 밤낮없이 일해 아주 작은 실리콘 칩에게 사람들에 대해 가르쳤답니다. (p. 14)'

이 글은 애플이 자신들이 만든 사용자 친화적인 기계를 홍보하는 광고로 '이 엔지니어들이 드디어 일을 마쳤을 때, 이들이 소개한 개인용 컴퓨터는 성격이 좋다 못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할 정도 (p. 14)'였다며 광고를 맺는다.

이제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컴퓨터에 대해 배울 필요가 없다. 사용자 친화적인 컴퓨터가 우리 앞에 놓였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사람에 대해 배워서 사람이 어떤 실수를 자주 하는지, 어떻게 서류를 정리하고 전화번호를 보관하는지, 사람이 일하는 방식 따위를 이미 다 안다.


루이 15세는 뻣뻣한 왕좌를 버리고 편안한 라운지 의자를 선택했다. 타자 치는 속도를 줄인 쿼티 타자기 자판 배열은 표준이 돼 지금도 사용한다. 여성이 자기발전을 추구하도록 시간을 확보해 주는 학문, 가정학은 집 안에서 효율을 추구하면서 세탁기 등 가전제품 발달의 기틀을 마련했다. 토퍼레이터 세탁기는 처리하기 어려운 이음새를 제거했고 기능을 손쉽게 이해하도록 조작부를 한곳에 모았다.

사용자가 즉각적인 만족감을 갖도록 한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체에 맞게 디자인한 프린세스 전화기, 관절염으로 사과를 깎지 못해 쩔쩔매는 아내를 보고 만든 옥소 껍질 벗기기 칼, 그물 같은 메시 소재 의자, 아마존의 원클릭 주문, TV 등장인물이 방금 전 한 말을 묻는 현상에서 착안한 2초 되감기, 기기 하나로 여섯 개 이상의 역할을 하는 아이폰, 호감이나 반감을 곧바로 반응할 수 있는 '좋아요' 버튼...

모두 사용자가 사용자 친화적인 눈으로 관찰한 후 만든 것들이다.


<유저 프렌들리>, 이 책은 '사용자 친화'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룬다. 사용하기 쉬운 제품은 무엇인지, 사용자들이 바라는 디자인은 무엇인지를 여러 제품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지난 100년간 디자인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꿔왔는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고 무엇을 지나쳤는지를 살펴보면서 숨겨진 디자인 원리도 밝혀준다. 미래에는 어떤 디자인이 세상에 환영을 받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책이다.

'사용자 경험이 생소한 독자라면, 이 책을 덮을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매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여러분이 무심코 화면을 탭하고 스와이프 하는 swipe 행위 이면의 이상과 원리와 전제를 이해하게 되었으면 한다. 디자이너라면, 여러분이 매일 접하는 개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에 주입하는 가치 기준을 더욱 비판적인 눈으로 보고, 때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가장 작게는 여러분이 읽은 이 책을 주위 사람들에게 건네주며 "이래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 17)'

책을 마치며 로버트 패브리칸트가 일곱 단계로 제시하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과정은 디자이너라면 읽고 참고할만 내용이다.


'유저 프렌들리' 시대다. 이제는 모든 기업들이 사용자 친화적 알고리즘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유저들은 사용방법이 간단하고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디자인을 원한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불편하다면 사용자들은 외면하고 그 디자인은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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