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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말을 부수는 말>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 한겨레츨판 | 2022년 | 368쪽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세워놓고 말한다.
"빨간 속옷 입었지?"
"아니?"
"보여줘 봐"
속옷을 왜 보여줘야 하는지. 황당하다. 안 보여주겠다고 하니
"거봐 빨간 속옷 입었네"라고 단정한다. 억울하다.
할 수 없이 보여주니 "어? 아니네. 아니면 말고..."
권력은 말할 기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약자가 진실을 밝히려면 속옷을 보여주어야 한다. 권력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듣지만, 약자는 75미터 굴뚝 위에서 426일 정도는 있어야 몇몇이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의 불평등은 사회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인 동시에 원인이 되어 악순환한다. (...) 그래서 권력의 크기만큼이나 억울함의 목소리가 크다. (p. 7)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은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 이렇게 스물하나의 말에서 '권력의 말'과 이에 '저항하는 말'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아름다운 말'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고 한다.
정확한 언어가 아름다운 언어라 생각해왔다. (p. 10)
스물하나의 말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색깔로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들려오는 말만 들을 게 아니라, 희미하게 들리는 잘 안 들려주는 말을 들으려 해야 한다.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들어야 한다.
기울어져 있으니 한 쪽은 아무 노력 없이도 높은 곳에 서 있고, 한 쪽은 목숨을 걸어도 다른 한 쪽과 같은 곳에 서 있기 어렵다. 균형을 맞추려면 약자의 목소리를 더 많은 들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에서 18세~24세 청년의 산재 사망 원인 1위가 '배달'이다. 이 사망 사고의 10퍼센트 이상이 출근 첫날 발생했고, 20퍼센트 이상은 보름 안에 발생했다. (p. 56)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는 아버지로서 숨이 멎는듯하다.
1억 연봉 택배 기사가 있다고 호들갑 떠는 권력의 말만 너무 많이 들어왔다. 매년 산재로 죽어가는 노동자가 이천여 명이라는 진실을 찾아 들어야 한다.
고통을 통과한 언어가 아름다움을 운반하기를. ( 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