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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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 출신 부원들은 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 한자리에 모인다. 열세 번째 모임이었다. 술자리가 끝난 후 집으로 향하던 에이스 쿼터백 니시와키 데쓰로는 미식축구 팀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를 만났다.

미쓰키는 예전 모습과 많이 달랐다. 미쓰키는 자신의 몸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데쓰로에게 털어놓는다. '"맞아." 미쓰키가 계속 말했다. "나란 놈은 남자였어. 너희들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p. 36)'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더 이야기한다. 같은 바에서 일하던 호스티스를 스토킹하는 남자를 죽였다고.

데쓰로와 대학시절 미쓰키와 같이 팀 매니저였던 그의 아내 리사코는 미쓰키가 경찰의 수색을 피할 수 있도록 피하도록 숨겨주면서 미쓰키와 주변 인물들로부터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상하지 못할 진실을 알게 된다.


히우라 미쓰키는 남성의 마음을 지닌 여성이다. 아니, 남성이다, 여성이다 규정할 수 없는 남자이자 동시에 여자이기도 하다.
'"육체는 여자이고 마음은 남자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녀석의 마음은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해. 반대로 둘 다 아니기도 하지." (...)
"그런 표현으로는 미쓰키의 복잡한 마음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이래 남자를 검은 돌, 여자를 흰 돌이라고 하자. 미쓰키는 회색 돌이야. 둘의 요소를 다 지니고 있지. 게다가 50퍼센트씩. 하지만 어느 쪽에도 포함되진 않아. 원래 모든 인간이 완전한 검은색도 하얀색도 아니야. 검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화하는 그러데이션 속 어딘가에 있지. 미쓰키는 그 딱 중앙에 있고."
"그러데이션...이라." (p. 674, 675)'

여자의 마음이 커졌을 때 미쓰키는 데쓰로가 좋았고, 남자 쪽으로 기울었을 때는 데쓰로의 아내 리사코가 좋았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민감한 이슈인 젠더 문제를 20년 전에 다룬 추리소설 <외사랑>. 젠더 문제를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한 가지로 뭉뚱그려 접근하기 쉬운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양한 측면에서 젠더를 소설 속에 녹여냈다.

고환과 난소 모두를 가진 반음양 무쓰미의 고백이다.
'"저는 아이를 만들 수 없어요. 내가 낳을 수도 없고 여자에게 낳게 할 수도 없죠. 다른 사람과 섹스할 일도 아마 없을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아주 무섭고 힘들어요. 다들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아요. 사람이 좋아질 때마다 죽고 싶어요." (p. 271)'
미쓰키는 결혼하며 아이까지 낳아 여성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지만 실패하고 만다. 사랑도 못한다.

남성과 여성은 확실한 경계로 구분할 수 없는 인간임을 내세운다.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의 앞뒤와 같아요." (...)
"일반적인 종이의 경우 뒤는 언제나 뒤죠. 앞은 영원히 앞이고요. 양쪽이 만날 일도 없어요. 하지만 뫼비우스 띠는 앞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면 어느새 뒤가 나와요. 즉, 양쪽은 연결되어 있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p. 421)'

성전환 수술하고 호적까지 남성 또는 여성으로 바꿨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사물을 거울에 비춰 거꾸로 보이게 할 (p. 677)' 뿐이다.
'"미쓰키 본인도 아마 자신의 본성을 모르고 있을 거야." 나카오가 말을 이었다. "모르고 고통스러워하지. 자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여자라는 것에 위화감을 느껴 사실은 남자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직접 남자로 살아보니 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겠지.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남자가 되는 것을 망설이고 있어."
"하지만 우리 앞에서는 남자라고 단언했어."
"그렇게 믿으려 하지. 자신조차도 속인 결과야." 데쓰로는 수긍했다. 알 것 같았다. (p. 676)'


'그 사람들은 사람은 A, B, O. AB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일상에서 혈액형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거의 없다. (...)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성염색체에 사로잡혀 있을까. XX든 XY든 혹은 그 이외의 것이든 사람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 (p. 435, 436)'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남녀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증거라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에서 말한다. 남녀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애당초 차별이라는 개념 자체를 떠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확실히 규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하다. 하나씩 배제하면서 확실히 하려고 한다. 젠더 문제를 포함한 인종, 가난 등 여러 혐오를 해결할 답은? 배제하지 말고 모두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계를 선으로 긋지 못하는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 생각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인간! 우리 모두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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