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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국회 돔이 민트색이었어? 하늘색인 줄 알았는데....." 송가을은 국회의사당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p. 9)'
사회부 기자로 3년 동안 세 건의 특종을 터뜨린 고도일보 송가을이 정치부 말진이 되어 돌아왔다.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지방선거, 대선까지 여의도 민트 돔, 국회의사당 출입 기자로 송가을이 1년 6개월 동안 펼치는 활약을 담은 소설이다. 송가을은 정치부에서도 특종 기자가 되어 청와대 출입 기자, '1호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사회부에서 부적절한 후보가 요직에 오르는 걸 걸러내는 일을 해왔다면 이번엔 반대로 괜찮은 후보가 내려오는 걸 막아냈다. (p. 102)'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에 이은 <민트 돔 아래에서>는 현직 취재기자인 송경화 작가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회를 출입한 '경험을 여러 빛깔로 각색해 (p. 421)' 쓴 소설이다.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인들의 이미지와 일상은 어김없이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자신들이 발의한 법을 통과시키려고 단식투쟁과 기저귀까지 차며 끝장 연설을 해 뉴스의 중심이 되려는 의원들, 국정감사 시즌에 행해지는 갑질과 각종 로비, 선거에서 이기려고 이슈거리를 찾고, 조작된 제보를 터뜨리고, 지지자들을 부당하게 동원하고, 흑색 비방 선전을 일삼는다.
'"기자님. 정치인한테는요. 자기 부고 기사를 제외하곤 모든 기사가 이득이에요." (p. 136)'
'"여의도는요. 욕망의 용광로예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요. 그 욕망을 불순하게 보면 안 되겠죠?" (p. 233)'
'정치는 생물'이란 말을 몸소 실천하는 정치인들, 그들에게 야합과 은밀한 거래는 대의와 명분을 삼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좋은 정치와 정치인을 보기 힘든 현실이다. 좋은 기자와 매체도 매한가지다. 좋은 기자란 무엇일까?
'기자는 마이크를 갖고 있다. 이를 누구 손에 쥐여주느냐는 전적으로 기자의 선택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사실 강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p. 183)'
기자가 마이크를 계속 쥐여주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소외되고 이슈는커녕 없던 일이 돼버린다.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 이유 중 하나는 마이크를 이미 쥔 강자들에게만 마이크를 계속 쥐여주기 때문이다. 힘과 돈에 의해 기자들의 마이크가 움직인다.
탐사 취재로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 손쉽게 얻은 따옴표 기사를 생산한다. 소비자를 자극하여 클릭 수만 늘리려 한다. 기자의 소명을 저버리는 행위다. 정치인이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앞세울 때 좋은 정치가 되듯, 사주 또는 힘을 가진 자들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때 좋은 언론, 좋은 기자가 된다.
요즈음은 사회적 이슈를 계속 끌어가 확대할지 그렇게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건 절대적으로 기자들의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기자들 뒤에 막강한 힘에 있어 그 힘에 좌우되지만. 그렇더라도 부당한 힘에 맞서는 기자가 몇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질렸음에도 버리지 못하고 버티는 국민들은 송가을 기자와 같은 기자들이 여럿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