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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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일들을 상상하곤 한다. 투명 인간이 되었으면, 과거 또는 미래로 가봤으면...
나에게 절대 벌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가늠하기 어렵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투명 인간이 되었거나 과거 또는 미래로 갔다 온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실제로 우리 앞에 나타나 그의 경험을 잘 설명한다고 해서 우리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글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어서...

저자 마이클 레비턴은 세 번의 거짓말 외에는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살았다.
'우리 가족들에게 침묵은 고통이었고, 고백은 소통이었고, 비판은 사랑이었다. (p. 63)'

거짓말하지 않는 삶이란? 무의식적으로 거짓말하고 상대를 속이는 우리들 속에 저자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상상할 필요 없다. 이 책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어서 그리 확실하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자주 거짓말을 하게 되고,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점점 더 사소해진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은 더 많이 타협하고, 대립은 적게 하고, 남의 마음을 더 많이 짐작해야 하고, 덜 단순명쾌하고, 더 잘 순응하고, 덜 독특해진다는 의미였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부분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더욱 미움을 살 게 뻔했다. (p. 172)'

저자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다. 친구도 몇 명 되지 않았고 일자리를 갖기도 어려웠다. 사랑하는 이들도 떠나갔다. 인생이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결국 저자는 거짓말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신념을 포기한다. 우리들 세상에 굴복한다.
'이것으로 솔직한 날들은 끝났다. 평생을 저항했던 나도 결국 굴복하고 거짓말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p. 8)'

저자는 솔직함과 이별하고 새로운 규칙을 적어나갔다. 우리가 늘 하는 것들이 저자에게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다.
- 다른 사람의 고백을 솔직해도 된다는 허락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 허락을 구하지 말 것 사람들은 그냥 속마음을 읽어주길 더 원한다.
- 말보다는 표정과 몸짓을 믿을 것
- 친구가 나에게 잘못을 하면 모르는 척하거나 상관없는 척할 것.
- 인간관계에서 선을 긋는 일을 계속하되, 비밀로 할 것.
-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면, 그 사람에게는 인정하기 창피한 개인적인 사연이 있을 수 있으니 화내기보다는 안타까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저자의 삶을 궁금해하며 읽어나가면서, 저자 앞에 놓인 어이없는 상황이 우습기도 했지만, 거울로 보듯 위선적인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피노키오처럼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커졌다면 의식했겠지만 그러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했던 거짓말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거짓말하지 못했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그렇기에 저자가 우리들을 이해하지 못하듯 저자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레비턴의 솔직한 삶이 엉망진창이어서 측은한 마음에 우리들과 같은 삶으로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막상 저자가 거짓말과 결별하는 삶을 결심했을 때 실망하며 속으로 그의 삶을 응원했던 나를 발견했다. 솔직하게 살 수 없는 세상, 우리 사회에서 거짓과 진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너무 적나라하게 알게 되는 일도 그리 반길만한 일은 아니었다.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내세우며 어차피 구분할 수 없는 선의의, 악의의 거짓말을 섞어가며 그냥 살아가야 하는 건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내가 다시 솔직한 사람으로 서서히 돌아가도록 놔두었다. 하지만 얼마간 솔직하지 못했던 시간을 살았던 경험은 나를 어느 정도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실 솔직함은 그 자체로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솔직하게 대하려는 상대와 먼저 공감을 갖는 시간을 조금 더 가졌어야 했다.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솔직한 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솔직해야 했다. (p. 420,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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