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
이소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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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이 실제본인 책을 받아들어 펼쳤다. 180도로 깔끔하게 펼쳐진다. 작품 사진이 많아 저자의 요청으로 요즘 보기 드문 누드 제본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세심한 배려가 듬뿍 담긴 소장각의 책이다.

책의 부제처럼 내 삶에 예술을 들이고 싶다면? 이소영의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을 펼쳐 읽으면 된다. 미술을 친근하고 쉬운 글로 소개하는 아트 메신저 이소영은 200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한 15년 차 컬렉터다. 15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 아트 컬렉팅의 모든 것을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조언한다.


나도 아트 컬렉팅을 시작할 수 있을까? 초보 컬렉터로서 입문에 앞서 궁금해할 만한 질문의 답을 STEP 1에 모아놓았다. 아트 컬렉팅이란 무엇인지, 재테크와 무엇이 다른지, 그림의 장르별 설명과 초보 컬렉터는 어떤 장르의 그림이 좋은지 등등...

'아트 컬렉팅'은 그림을 사고 수집하는 것이다. (...) 사는 것에서 나아가 그림을 잘 보관하고 수집까지 해야 진정한 '아트 컬렉터'다. 신기한 것은 내가 아트 컬렉팅에 관해 믿는 몇 가지 속설이 있는데, 바로 '미술품을 한 점도 안 사본 사람은 있어도, 한 점만 사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다. 그림을 사는 것은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그래서 아트 컬렉팅, '미술품 수집'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이다. (p. 41)'

STEP 2에서는 갤러리, 미술관, 아트 페어, 경매 등 미술시장을 파헤치고, STEP 3에서는 취향을 찾는 방법과 미술 작품을 깊게 감상하는 즉, 안목을 기르는 법을, 마지막으로 STEP 4에서는 지속적인 아트 컬렉팅을 위한 컬렉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과 보관, 미술품 대여 등 심지어 작품이 파손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세심히 알려준다.

작품 감상부터 소장까지 쉽고 알차게 설명한 초보 컬렉터에게 바이블인 책이다.


재테크 욕심에 책을 집어 들었지만 읽고 나서 좀 머쓱해졌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수익은 '물건 자체의 본질적인 즐거움' 또한 포함된다. 아트 컬렉팅의 투자 수익에 대해 말해야 한다면 작품 자체의 물리적 가치가 오르는 것과 그것을 소장하고, 보고, 향유하는 소유권의 즐거움까지 합쳐서 생각해야 옳다. (p. 14)'

저자의 소장품 중 영국 작가 제이슨 마틴의 작품 <Aa yet untitled>에 담긴 추억을 소개한다. 작품을 보는 순간 한눈에 매료되었지만 5000만 원이 넘는 작품가에 고민하던 중 남편이 예물이나 혼수용 가전제품 대신 작품을 사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내가 만약 결혼 준비에 돈을 더 썼더라면 지금처럼 부부가 함께 그림 앞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소장한 미술품은 작품을 샀을 때의 스토리가 함께 저장되어 컬렉터의 삶에 꾸준히 아름다운 대화와 추억을 선사한다. (p. 75)'

머쓱해진 이유는 아트 컬렉팅을 재테크 수단보다는 그림을 소장하여 향유하고 덤으로 추억을 즐기는 대상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유튜브 <알릴레오북스>에 유홍준 교수가 출연해 자신의 저서 <안목 眼目> 속에 등장하는 이병직, 박병래, 손재형 컬렉터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일제강점기에 손재형이 일본으로 후지츠카를 찾아가 세한도를 찾아온 이야기는 그림 속에서 하나의 인생을 보는 듯했다. 유홍준 교수는 안목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은 깊어야 하고, 현실 정치, 경제, 사회를 보는 안목은 넓어야 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은 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이소영은 이렇게 말한다. '그림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소장하게 된다'라고. 안목이 높아지면 소장하게 된다. 자기감정을 속이지 않고 보다 보면...
'일단 전시를 많이 보세요. 보는 만큼 안목이 성장합니다. (p. 263)'


이 책에도 소개됐지만 지난 9월 2일(금)부터 닷새 동안 코엑스에서 국내 아트 페어 키아프(Kiaf)와 공동으로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열렸다. 이 행사는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지속될 예정이다.

'강의에서 나는 "한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것은 그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공감하는 일이다"라고 자주 이야기하는데 (p. 133)'

아트 컬렉팅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테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을 몰라도 살아가는데 별지장은 없다. 하지만 안목을 높여 작가의 시선에 공감하며 풍성한 감정을 느끼면서 사는 인생이 더 낫지 않을까? 앞으로 4년 동안 영국에 가지 않고도 아트페어 프리즈에 갈 기회도 생겼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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