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선 비껴간 시선으로 다른 것을 찾듯이 다른 시선으로 사소한 것을 바라보는 일은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p. 21)'

쉽지 않을 일이다. 매번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기가 만만치 않다. 나이 탓을 할 수도 있겠다. 어릴 때는 엉뚱한 생각을 많이 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였다.

언제부터인가 '난 좀 생각이 다른데?'라든지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의 횟수가 줄어든다. 집중해서 생각을 이어나가려고 할 때마다 힘이 부친다. 직장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면 '관성에 빠진 사람이네'라는 곱지 않은 메시지를 담은 눈초리가 내게로 향한다.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박찬휘 디자이너의 아버지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첫 미술 숙제는 태극기 그려오기였다. 아버지는 자신이 다른 아이들의 그림과 다르게 그렸음을 알았고 선생님에게 혼이 날까 두려웠다.

'아버지는 친구들과 달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입체로 그렸다. 태극기가 한껏 바람에 구겨지고 휘날리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 펄럭이는 태극기를 그렸던 그 소년은 훗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었으며 지금도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다른 시선으로 의심하길 꾸준히 당부하고 있다. (p. 69, 71)'


유럽 생활 17년 차 디자이너 박찬휘의 <딴 생각>은 사소한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식을 의심하고, 세상을 다양하게 보는 그의 생각 모음집이다.

사물과 개념에 대해 그가 모은 생각들은...

지름길보다는 돌아가는 길을 걷고,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고집해 보기도 하고, 조금은 다른 취향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사고의 경계도 무너뜨려보고, 즉흥적이기도 하고, 그의 머릿속에서 정해진 틀을 없애보고, 화면을 채우는 열정보다는 비움을 택한 절제의 아름다움을 앞에 놓기도 하고, 같은 색을 다채롭게 해석하고, 조금은 다른 곳에 의미를 놓아 보기도 하고, 오래된 물건이 간직한 각자의 시간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복잡함에서 벗어나 심플을 추구하기도 한다.


생각이 풍요로워지는 책 <딴 생각>을 읽고 잠시 '규칙적 덜컹거림과 커다란 차창의 풍경은 반복되지 않는 슬라이드 쇼 (p. 198)'를 보여주는 경춘선 기차를 떠올렸다. 기차 타고 여행 갈 때 필수품 기타와 카세트 레코드, 빛바랜 청바지, 패션 아이템 도끼빗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이런 갬성에 힘입어 내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을 강요하는 그 무언가 숨 막힘에 대항하며 잠시 멈췄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니 오늘의 편리가 내일의 강요로 애써 불편함이 되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편한데, 새로이 등장한 편리 때문에 애써 불편하다고 말해야 한다. (...) 매분 매초 만에 기술이 '유레카'를 외치는 모습에 오히려 질식할 것만 같다. 과학과 기술의 태동을 몸소 매일 같이 체험한다. 오늘과 다를 내일은 더 편해질 거라고들 장담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고 너나없이 믿고 있다. (p. 204, 205)'

비껴간 시선, 딴 생각은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전혀 예상치 않았던 뜻밖에 행복한 웃음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