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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이름을 알린 야쿠마루 가쿠는 <어느 도망자의 고백>에서 '진정한 속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명문대생 마가키 쇼타는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다. 여자친구 아야카가 보낸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라는 메시지를 본 쇼타는 그녀를 만나려고 밤에 빗길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뺑소니친다.
다음날 뉴스로 자신이 낸 사고가 건널목을 건너던 81세의 노인이었고 죽었음을 알지만, 자신과 가족의 미래, 연인을 떠올리고 경찰 조사에서 사람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속인다.
4년 10개월의 형기를 마친 쇼타는 속죄했다고 믿으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망령에 시달리며 전과자를 대하는 사회의 눈초리에 녹록지 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쇼타의 연인 아야카도 음주 운전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면 죄책감을 가진다.
'나는 얼마나 큰 죄를 저지른 걸까.
그로 인해 나는 교도소에 5년 가까이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 큰 죄에 상응하는 벌이었을까. (p. 226)'
한편 피해자의 남편 노리와 후미히사는 무슨 이유인지 쇼타가 사는 곳의 이웃으로 거처를 옮겼고 계속 쇼타를 지켜보며 뭔가 말을 건네주려 한다.
'나를 반면 교사로 삼아다오.
네가 사고를 내고 나서 나는 내내 도망만 다녔다. 부모의 책임으로부터, 너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일과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왔어. 그런 삶을 계속하는 가운데 아버지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단다.
웃지 못하게 되더구나.
그래. 계속 도망치는 한 사람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죄를 지은 아들에게 이런 걸 바라다니, 피해자 유가족에게 죄스럽지만, 아버지로서는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p. 340)'
쇼타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쇼타에게 진정 웃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올까?
<어느 도망자의 고백>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짊어진 이들의 고백이다.
'"고통스럽지 않은가... 자기 마음을 속이는 일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만 같아 등줄기에 한기를 느꼈다. (p. 345)'
내가 쇼타처럼 사건의 가해자가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저지른 죄를 똑바로 응시하며 쇼타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그렇다고 단언할 자신이 있나?
형벌을 받았으니 속죄된 걸까? 아니라면 악몽에서 벗어나려 어떤 선택을 할까?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인간이 자신의 속죄를 위해, 자신의 평안을 얻고자 결국 취하는 방법. 신을 이용해서... 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신에게만 용서를 구하는 그런 방법...
'"이제껏 누구와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자네와 하고 싶었네. 그리고 자네에게 전하고 싶었어. 나처럼 고통받기 전에... 만약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면 그럴 때마다 나처럼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지 않도록... 그것이 내가 무참히 죽인 사람들에 대한 나 때문에 죽은 기미코와 후미코에 대한,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했네." (p. 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