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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평점 :
적자생존! 이 말은 유명한 말이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 잘못됐다. 심지어 다윈이 만든 말도 아니다.
브라이언 헤어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해온 영장류 학자다. 데니스 공 3개를 한입에 물어오는 특기를 가진 개 오레오가 자신의 손짓을 이해함을 알았다. 이런 연유로 개의 인지를 연구하기로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동물 중에서 우리 다음으로 높은 IQ(지능지수)를 지닌 동물은 단연 침팬지지만 가장 탁월한 EQ(감성 지수)를 지닌 동물은 아마 개일 것이다. (...) 개 연구는 인지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 추천의 글, 최재천 (p. 5)'
수만 년 동안 같은 자리에 안주한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호모 사피엔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리카를 떠나 수평선 너머로 이동하는 도전을 택한다. 다른 사람 종은 멸종했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번성한다.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 덕분이었고, 이 능력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과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마법을 부린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상상의 질서'라고 표현했다.
친화력은 자기가축화를 통해서 진화했다. 하지만 친화력에는 부산물이 뒤따랐다
'우리가 더 강렬하게 사랑하게 된 이들이 위협을 받을 때 사람은 더 큰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다. (p. 180)'
특정 집단에게만 친화력을 발휘했고, 자신이 속한 집단을 향한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타 집단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공격성을 높아졌다. 공감하지 못하는 타인을 비인간화했다. 그들의 고통은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런 자들을 공격하는 것에는 도덕적 판단도 적용하지 않았다. 더 이상 인간으로 대우해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었고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드러냈다.
친화력의 어두운 면을 해결을 위해 브라이언 헤어가 내놓은 해답은? 접촉과 우정을 기반으로 하는 '친화력'이다. 호모 사피엔스만 가진 능력인 친화력만이 혐오와 비인간화, 무자비한 폭력성 등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바람직한 형질만을 살려낼 해결책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여 차갑기만 한 요즘의 사회적, 정치적 현상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지만, 다행이다. 독해져야만 살아갈 수 있겠다고 여기고 독해지려 했는데, 다행이다. 세상에 홀로 내동이쳐져 손잡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무엇이든 혼자 해결하려 했는데, 다행이다. 고독했는데, 다행이다.
'제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세상이길....'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인류가 축척해온 '다정함'이 미래의 희망이고 해답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p. 300)'